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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조가 대한민국 혁신 출발점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4.09.07 00:32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쇠창살을 통해 본 국회의사당.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야의 강경 대치 속에 정상화 전망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입법과 갈등 조정 기능이 마비된 ‘정치 불능’ 국회를 국가개조의 최우선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정동 기자




대한민국 국회는 5월 2일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세상에 내놓지 못한 ‘불임’ 상태다. 지난달 26일 실시될 예정이던 국정감사는 여야의 강경 대치 속에 없던 일이 됐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향후 의사일정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당분간 공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3일 본회의가 열렸지만 여야는 민생 법안은 제쳐둔 채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끝냈다.



‘넉 달 넘게 빈손’이란 비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국회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가 쌓여만 가는데도 대한민국 국회는 국가적 의제를 설정할 능력도, 현안을 해결할 의지도 없는 ‘정치 불능’의 늪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위기감을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철저한 정치 개혁을 주문한다.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능부전 상태의 국회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총체적 국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국회 개혁을 최우선 어젠다로 삼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가혁신’을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는 처음 내건 ‘국가개조’라는 슬로건을 국가혁신으로 바꾸고 총리실 산하에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수습의 맥락에서 관(官)피아 척결을 앞세웠을 뿐근본적이고 포괄적인 개혁 청사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피아 척결을 전면에 내세우다 공무원들의 저항을 부른 측면도 있다. 6·4 지방선거 때 세종시에서 여당이 패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후 국정기조의 중심이 경제활성화 쪽으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국가혁신의 톤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계에선 “처음부터 국가혁신의 기조와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적잖다. 김병준(행정학) 국민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여의도 국회로 상징되는 정치를 제대로 손보는 것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인식”이라며 “국가혁신도 관피아 척결 이전에 정치 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개조가 국가혁신의 첫걸음이 돼야 하며,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에서 보듯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해 있는 ‘정(政)피아’들이 관피아 못잖게 시급한 개혁 대상이란 얘기다.



한국의 정당과 국회 운영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2006년까지 정부에서 발의한 3500여 건의 법안을 추적 조사한 결과 국회 논의를 거쳐 의결되기까지 법안당 평균 35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마련에서 실제 집행까지 무려 3년이나 소요된 셈이다. 김 교수는 “이래서는 21세기 급변하는 사회와 다양해진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의 정당과 국회가 설 자리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선거 때만 되면 혁신을 부르짖다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자신의 특권 카르텔을 공고히 하곤 했다. 이게 결국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를 키운다. 2010~2012년 세계가치관조사에선 한국인 네 명 중 세 명(73%)이 국회를 불신한다고 답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대대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대세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해야 할 국회는 손을 놓고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해 상호 견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큰 선거가 없는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밝혔다.



단순 다수결에 의한 선거와 의사결정, 권력배분 방식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다. 중선거구제 적용, 비례대표제 확대, 양원제 도입 등이 그 방법론이다. 안성호(행정학) 대전대 교수는 “한국의 고질적인 이전투구 정치는 승자 독식의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며 “양원제와 비례대표 확대, 지방분권, 협의 민주주의제 등으로 권력 공유를 제도화하고 대표성의 왜곡을 바로잡아야 정치도 정상화된다”고 했다.



박신홍·백일현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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