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엑스퍼트 어드바이스] 엄마가 공부해야 입시의 답이 보인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4.09.06 00:05



‘교육의 정석’ 김미연







여성중앙‘치맛바람’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극성스러운 엄마들의 모양새를 일컫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입시 전략서『교육의 정석』으로 학부모들 사이에 가장 핫한 교육 전문가로 떠오르고 있는 김미연씨는 “진짜 제대로 된 치맛바람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을 살린다”고 조언한다.



2011년, 유진투자증권에 올라온 투자 분석 보고서 하나가 화제가 됐다.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 ‘최근 입시 동향에 관한 가장 정확한 보고서’라는 입소문이 난 것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나 관심을 갖던 분석 보고서에 엄마들이 환호를 보내면서 평균 50건에 불과하던 조회 수가 수만 건을 뛰어넘었다. 바로 교육 애널리스트 김미연씨가 연재한 ‘교육의 정석’ 시리즈였다. 그날부터 그녀에게 입시 설명회 요청과 컨설팅 의뢰가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성원에 힘입어 올해는 매년 출간하던 보고서를 단행본으로 펴냈다.



교육 정책보다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사실 그녀는 입시 전문가가 아니다. 교육 시장의 전망이나 관련 기업의 동향을 분석해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를 진단하는 투자사의 애널리스트일 뿐이다. 물론 보통 애널리스트는 아니다. 무려 스무 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 상’을 받은 전문가이며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코리아 2030 파워 리더’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의 일상이 180도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교육의 정석’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연재하면서부터였다.



“그렇게 많은 칭찬을 받아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사실 애널리스트는 욕먹는 직업이거든요. 그런데 제 일을 했을 뿐인데 ‘입시 전형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덕분에 대입의 길이 보인다’며 많은 어머니들이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



교육을 괜히 ‘백년지대계’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입시에 한 사람, 아니 수십만 명 수험생의 인생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쏟아붓고, 각종 입시 설명회를 쫓아다니며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김미연씨는 오히려 “엄마들이 입시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처음 ‘교육의 정석’을 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도대체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나요?’예요. 제 대답은 간단했어요. ‘모두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예요.’ 정말이지 우리나라는 정보의 천국이에요. 교육부 사이트에만 가도 입시에 관한 웬만한 정보를 다 다운로드해 받아 볼 수 있어요. 저는 그 정보를 모은 뒤 애널리스트의 재능 기부로 퍼센티지를 넣어 정리했을 뿐이에요.”



흔히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거세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김미연씨는 그 치맛바람이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해 불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입 전형이 너무 많아져서, 혹은 자주 바뀌어서 하나도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어머니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입시 설명회 마다 쫓아 다니며 발품을 팔고, 각종 학부모 모임에서 알짜배기 정보 하나라도 놓칠까 촉을 세우곤 하죠. 왜 엄마들의 시선은 내 아이에게 향하지 않고 자꾸 밖을 향하는 걸까요? 저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느 고등학교가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지, 자사고에 보낼지 일반고에 보낼지 알아보는 것보다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주의를 기울여 아이를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미래를 설계해나가는 과정이 필수다.



“애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로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해요. 서로의 생각에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겠죠. 그러나 그 과정이 있어야만 대입 성공의 열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대가 바뀌었어요.”



김미연씨가 ‘입시=진로’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능한 한 일찍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는 것이 이제는 성공적인 대학 입시의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모범생은 일반고로, ‘오타쿠’는 특목고로



김미연씨는 아직도 무조건 ‘공부’만 강조하는 학부모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공부를 못하는 것보다야 당연히 잘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전 과목 만점 아니면 소용없어요. 시험 볼 때마다 무조건 만점 받는 아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정시형 인재죠. 그런데 지금 정시 비율이 몇 퍼센트인 줄 아세요? 고작 24.9%예요(서울대 기준). 1/4도 안 되는 가능성에 매달려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든 만점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3/4에 도전하는 것이 훨씬 승산 있는 싸움 아닐까요?”



그녀의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도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는 길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입 전형이 다채로워진 것은 옛날처럼 획일화된 잣대로 인재를 평가하지 않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뽑기 위함이라는 얘기다.



최근에 다시 나타난 특목고 선호 현상에 대해서도 그녀는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초등, 중등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일반고를 보낼 것인가, 특목고를 보낼 것인가’다. 일반고를 보내자니, 명문대 합격률이 특목고에 비해 현저히 낮고, 특목고를 보내자니 내신이 불리해질까 봐 두렵다. 게다가 자사고 폐지 논란까지 불거지니 언제 바뀔지 모르는 교육 정책 안에서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옛날에는 분명 특목고에서 명문대로 통하는 엘리트 코스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특목고, 자사고의 진학률이 우수한 것은 특혜가 있어서라기보다 수시 전형(수시 특별전형,수시 일반전형,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대부분 과학고, 자사고, 외고에 유리하기 때문이에요.”



수시 특별전형에서는 각 분야와 관련된 우수성을 입증하거나 어학실력은 특별하게 뛰어나야 한다. 수능 반영비율은 0%인데 반해 각 분야의 심층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면접을 실시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영재들이 주로 뽑힌다.



“많은 분들이 ‘어느 학교를 보내야 대입에 유리할까요?’를 물어보는데, 그 전에 우리 아이가 어떤 유형인지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분야에만 무서운 관심을 보이는 ‘오타쿠’같은 아이들은 그 특성에 맞게 외고나 과학고를 보내는 게 맞겠죠. 만약 두루두루 성적도 좋고 성실한 모범생이라면 오히려 특목고에 가서 적응하기 힘들 거예요. 이런 아이는 일반고에 가서 내신도 착실하게 쌓고 비교과 활동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수시 학생부 교과전형에 유리해요.”



그녀가 상담했던 한 학생의 경우 작곡가가 되는 것이 꿈인데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외고에 진학했다. 당연히 공부에 흥미가 없으니 성적도 그리 좋지 않았고, 진로도 불투명했다. 음대를 갈 수도 없고, 명문대는 더더욱 힘들어 보였다.



“이런 아이에게 학생부 전형은 독약이죠. 성적이 좋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길이 있어요. 바로 특기자 전형이죠. 저는 그 아이에게 연세대 테크노아트학부를 지원하라고 조언했어요. 외고에 다니면서 어느 정도의 어학 실력은 갖추고 있었고, 작곡 활동을 하면서 쌓은 포트폴리오가 있으니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었죠.”



지금은 음악 방송 PD라는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학교생활에 매진하고 있단다. 만약 이 학생에게 무조건 수능 준비만을 강요했다면 명문대 합격은커녕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 선택으로 또 다른 방황이 시작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저는 우리 교육 정책의 방향이 느리지만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거든요. 정책이 자주 바뀌는 게 아니라 어머니들이 너무 가끔씩만 관심을 가지셔서 그래요.”



지금도 곳곳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능 만점만이 최선이다” “특목고가 명문대의 지름길이다”며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그녀의 분석이 주목을 받은 것은 어떤 이해관계에도 휘둘리지 않고 ‘기본’과 ‘팩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모 업체에서 주관하는 입시 설명회에 처음 참여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서울대 보내고 싶으세요? 무조건 저한테 보내세요. 제가 아는 입학사정관이 몇 명인데….’ 이런 궤변에 수백 명의 학부모가 고개를 끄덕이고 계시더라고요. 다른 입시 설명회에 가면 또 다른 말을 하니까 더 헷갈릴 수밖에요.”



김미연씨의 대입 전략은 명쾌하다. 첫째, 내 아이에 대해 공부할 것. 둘째, 아이와 함께 진로를 설정해나갈 것. 셋째, 내 아이에게 맞는 대입 전형을 공부하고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쌓아나갈 것. 모두 ‘내 아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입시 설명회 때 제가 분명하게 드리는 말씀은 항상 이거예요. ‘진로를 먼저 찾는 자가 승리한다.’ 앞으로도 수시 비중은 점점 늘어갈 것이고, 대부분의 수시 전형에서는 오랜 기간 꾸준히 진로를 위해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쌓아온 인재를 뽑거든요.”



10년 전부터 떠돌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부모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엄마의 ‘잘못된’ 정보력, 아빠의 ‘뒤늦은’ 관심이야말로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시험 성적으로만 인재를 뽑을 때는 좋은 선생을 찾아서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명문대 입학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잖아요. 교육을 학교나 학원으로 미뤄버리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가장 지양해야 할 ‘직무 유기’가 아닐까요? 대입 전략, 절대 어렵지 않답니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진행=홍유진(프리랜서), 사진=박지홍(cao studio)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