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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이 보름달 아래 결심해야 할 것

중앙일보 2014.09.06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한가위 명절이다. 모두들 고향과 가족, 친지들을 만나 휘영청 달밤과 선선한 가을바람을 한껏 즐기시길 바란다. 민족 대이동과 넉넉한 식탁만큼 풍성한 화제들이 쌓여 추석 이후의 민심이 형성될 것이다. 이번 추석은 세월호 참사가 ‘미해결의 장’에서 맴돌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명절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시는 근로자 여러분과 경찰관, 소방관, 군 장병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추석 메시지를 발표했는데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는 대목이 없어 아쉬웠다.



 온 나라를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놓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문제는 추석 이후에라도 가장 빨리 풀려야 할 사안이다. 이 문제를 푸는 데는 세 가지 답안이 동시에 나와줘야 한다. 우선 법과 원칙에 따른 해법은 나와 있다. 유족들에겐 안타까운 얘기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순 없는 일이다. 피해자가 포함돼 있는 특정 집단(진상조사위)이 가해자를 직접 수사해 형벌을 주는 이른바 사적구제(私的救濟)는 위헌일 뿐 아니라 근대 자유국가의 작동원리상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는 1년9개월간 일반적인 조사를 충분히 한 뒤 그 뒤에 남는 문제는 별도의 특별검사에 맡겨야 한다. 특검의 추천권을 사실상 유족이 행사하는 여야 합의안조차 거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두 번째 답안은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바깥을 유랑자처럼 떠돌지 말고 정상적인 입법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국민은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상임위활동, 예산심의, 법안처리 등 정기국회의 정상적 일정을 세월호특별법과 연계시키는 입법포기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세 번째, 정치적인 해법도 추가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진상조사위가 구성되면 내가 제일 먼저 조사를 받겠다’고 천명하는 것이다. 유족의 저항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만큼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그들의 불신을 눈 녹듯 씻어줄 것이다. 일반 국민에겐 법과 원칙을 호소하고 유족의 마음은 정치적인 결심으로 녹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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