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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9시 등교는 좋은 정책인가?

중앙일보 2014.09.05 00:37 종합 26면 지면보기


논쟁의 초점   지난 1일부터 경기도 지역 초·중·고교 90%가 9시 등교를 시행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선거 공약으로 내건 9시 등교제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수면 시간을 주고 가족과 아침식사를 함께할 수 있게 해 주자는 취지다. 등교 시간이 30분 이상 늦춰지자 학생들은 반기고 있다. 하지만 하교 시간이 그만큼 늦어지는 데다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는 데 따른 불편과 불만도 뒤따르고 있다.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켜주자는 의견과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각각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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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등교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김인선
궁내중 교사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전면시행 정책을 놓고 교육 주체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9시 등교는 일반 직장인들의 업무 시작 시간인 9시부터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등교 시간과 1교시 수업 사이의 간격을 줄이자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이 구체적인 등교 시간에만 집중되면서 정작 본질적인 문제를 벗어난 아쉬움이 있다. 여기서는 학습의 주체인 학생을 중심에 두고 공교육의 정상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사실 9시 등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교육 공약의 핵심이 9시 등교 정책이었는데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는 청소년들의 외침이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9시 등교 문제는 갑자기 돌출된 정책이 아니다. 이는 10여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간절한 호소에 대한 응답이다. 그간 우리는 청소년들의 간절한 하소연을 외면해왔던 게 사실이다. 청소년들의 건강권과 학습권 보호를 위해 9시 등교는 반드시 필요하다.



 9시 등교의 본질은 공교육의 정상화다. 그동안 등교 시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은 단지 등교 시간이 빨라서만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일찍 등교시켜 정규수업이 아닌 별도의 교육활동 시간(보충수업·야간자율학습)을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교육활동은 대학입시와 직결된다. 무한 입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등교 시간의 경쟁으로 표면화된 것이다. 이런 왜곡된 교육과정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취지가 9시 등교의 본질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량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9시 등교 정책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학생을 교육의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는 것이다. 그간 모든 교육 정책은 교육행정 당국이나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을 학생들이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9시 등교 문제를 제기한 주체가 학생들이었고, 학생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우리 교육의 획기적인 정책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학생이 행복한 학교, 숨통이 트이는 학교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하자는 가치와 철학이 담겨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9시 등교가 학생들의 학습력 저하와 사교육비 증가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습력에 관련해 학습시간의 절대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아니라 학습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자. 이제는 양적 학습체제에서 질적 학습체제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하루 학습시간은 평균 9시간이지만, 핀란드 학생들의 경우 5.5시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핀란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사교육비 증가와 관련해 조조 학원 수강 등 편법적인 학원 교습은 마땅히 규제되어야 한다. 하교 시간에 따라 학원 가는 시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또한 맞벌이 등 일찍 출근해야 하는 가정의 자녀들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9시 등교 정책이 일률적으로 늦은 등교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도서관을 이용해 자기주도학습을 하거나 다양한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이 중학생 7.1시간, 일반계 고등학생 5.5시간, 특성화 고등학생 6.3시간이며 수면시간이 8시간 미만인 경우는 각각 74.8%, 97.7%, 89.8%라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청소년 권장 수면시간인 8.5~9.25시간에 크게 못 미친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근면만이 살 길이라던 근대적 사고를 버리자. 등교 시간을 늦춤으로써 학생들이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는 것은 물론 가족과 단란한 아침식사를 꿈꾸게 한다. 9시 등교, 이는 곧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김인선 궁내중 교사





등교시간, 사회적 합의 필요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서울교대 교수
민주, 자유, 행복,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내세운 정책은 많은 폐해가 예상돼도 정면 부정하거나 반박하기 어렵다. 이를 반대하면 반인권, 반민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가 대표적 예다. ‘아이들 잠 좀 더 자게 하고 아침밥 좀 먹게 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9시 등교도 마찬가지다. 학생 건강을 지키자는 데 이를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진정 제자를 위하고 학교교육의 근간을 지키는 것이 교육자의 사명이라면 설사 오해를 받고 서슬 퍼런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의 눈총을 받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9시 등교는 아니다’라고 당당히 밝혀야 할 책무가 있다.



 우선 국가·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요구되는 정책이다. 등교 시간은 교육 구성원의 삶뿐만 아니라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온다. 1970년대 초·중·고별, 남녀 학생별로 달랐던 등교시차제가 도입된 이유도 사회적 요인이 컸다. 가정의 식사시간 등 생활과 교통 변화, 수험생의 생활 리듬 등 9시 등교는 교육문제를 넘어 전 국민적·사회적 관심사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교육부가 나서서 등교 시간 방향을 확정하라”라고 지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도발 9시 등교가 여타 시·도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교육부가 나서 학생 등교 시간에 대한 교육·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등교 시간 자율권을 법령에 학교에 부여한 것을 교육감 혼자 군사 작전하듯 사실상 통일시킴에 따라 당연히 갈등과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9시 등교는 교육근본과 학교의 존재 의미를 약화시킨다. 공부나 일보다는 놀거나 쉬고 싶은 것이 인간심리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에게 전인적 성장은 물론 장차 사회인의 삶을 준비시키는 사명을 국민에게 부여받은 배움터다.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이 바라는 모든 것을 해줘서는 안 된다. 학교생활을 통해 지식과 지혜는 물론 배려와 인내, 정직 등 인성과 삶의 가치를 교육받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결코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학생을 위한 정책은 필요하나 학생만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면 당장은 좋겠지만 궁극적으로 해악이 생긴다. 과거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는 정책의 사회적·교육적 피해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사회적 삶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학생을 그르치게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 건강권 보장과 학생의 찬성이 높다는 주장은 허구다. 이재정 교육감은 “그동안 내가 만난 학생들은 100% ‘9시 등교’에 찬성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등교가 늦은 만큼 점심과 하교 시간도 늦는다는 것을 전제로 질문을 던지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묻고 싶다. 현재도 아침밥을 꼭 먹거나 거의 먹는 학생 비율이 75.3%에 달하고 밥 안 먹는 가장 큰 이유가 “입맛이 없어서”라고 답하는 상황에서 9시에 등교하면 밥을 다 먹을 것이라는 자신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의문스럽다. 더군다나 잠이 부족한 이유는 TV 시청이나 게임, 휴대전화 사용 등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실태 조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늦은 등교가 생활 리듬을 깨뜨리고 늦은 잠자리를 양산해 수면 총량의 변화를 없게 만들거나 아침밥을 더 안 먹는 학생도 생겨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9시 등교로 수업 중에 자는 학생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요란한 구호와 학습효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일부 외국의 연구사례로 현혹될 수 있다. 오히려 일찍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통해 아침운동이 더 학습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잊지 말아야 한다.



 등교 시간은 국가·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감은 4년 뒤 떠나지만 충분한 공론화 없이 시행된 정책으로 생긴 상처는 학생과 학부모, 교원은 물론 대한민국 모두를 아프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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