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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임영록 KB금융 회장·이건호 국민은행장 중징계

중앙일보 2014.09.04 14:42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감독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게 됐다. 지난달 나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판단(경징계)을 최수현 원장이 뒤집으면서다. 내분 사태의 책임을 물어 두 최고경영자(CEO)에 사실상 동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금감원 수장이 제재심 결과를 뒤집은 것도,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이래 현직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나란히 중징계를 받는 것도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4일 최 원장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그는 이날 직접 나선 브리핑에서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며 법규를 성실히 준수해야 할 금융사의 최고경영진이 제재대상자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유감"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중징계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지주사 회장인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금감원은 KB지주 경영진이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바꿨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시스템리스크를 은폐해 경영협의회와 이사진에 보고하도록 국민은행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특히 임 회장은 리스크와 관련해 수차례 보고 받고, 이사회 보고서 조작 등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직무상 감독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봤다. 또 유닉스 전환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은행 임원 인사에도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행장도 이 과정에서 주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해 11차례 보고 받았지만 직무상 감독의무를 태만히 해 사태 확대를 방치했고,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에 기관경고를 내리는 한편 KB지주 임직원 4명과, 국민은행 임직원 17명에 대해서도 제재를 결정했다.



최 원장은 지난달 21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두 사람에 대해 경징계로 의견을 모으고 난 뒤 최종 확정을 늦추며 장고에 들어갔다. 제재심은 "문제가 있지만 실제 피해가 실현된 것은 아니어서 관리책임만 물어 중징계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제재심은 법적으로 자문기구지만 그동안 원장이 의견을 달리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 뒤 KB 사태는 더 악화됐다. 두 사람은 22일 화합을 위해 임원진과 떠난 1박2일 템플스테이에서 불화를 일으켰다. 임 회장에게만 독방이 배정된 것과 관련해 이 행장이 문제를 제기하며 먼저 떠나버린 것이다. 또 이 행장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이사회 보고서를 조작한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두 사람을 그대로 두어서는 KB 경영이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여론이 커졌다.



두 CEO를 비롯해 주요 임원들의 징계가 결정되면서 KB금융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 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원칙적으로 현직은 유지할 수 있지만 은행권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징계를 받고 끝까지 임기를 채운 사례는 거의 없다. 사실상 '퇴진 선고'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임명돼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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