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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CEO, 5분간 외워서 한국어 스피치 그 비결은?

중앙일보 2014.09.04 14:08
지난 3일 부산 해운대 더베이 101에서 열린 르노삼성의 뉴 SM7 노바 발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차량의 디자인도, 스펙도 아닌 프랑스인 CEO의 ‘화술’이었다. 이날 인사말을 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멀리 이곳 부산까지 와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름 다운 이곳에서 유러피안 세단 뉴 SM7 노바를 선보이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지금 이곳의 멋진 야경을 보시고 감상하셨나요. 내일 시승에서는 SM7이 이렇게 훌륭한 차였나 라고 다시 놀라실 것입니다. 내일 여러분께서 SM7 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실 차가 여기 있습니다. 바로 뉴 SM7 노바입니다. 르노삼성의 새 프론트 디자인 QM5, SM3 네오를 거쳐 SM7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용모를 갖췄습니다. Better & Different. 내일 시승에서 뉴 SM7 노바의 앞선 차이를 마음껏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저희는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여러분께 놀라움을 선사해 드릴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애정과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곳 부산에서 뉴 SM7 노바와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라며 풍성한 한가위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일본계 자동차에서 일본인 CEO가 한국어로 스피치를 하지 않는 이상, 외국인 CEO가 한국어로 발언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3월 서울모터쇼에서 한국어 스피치를 했던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유럽계 CEO에 대해서는 ‘100% 한국어 스피치’는 전무하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토마스 쿨 사장은 인사 정도만 한국어로 한다”고 말했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 역시도 “사장은 ‘안녕하세요. 재규어랜드로버 사장 데이비드 맥킨타이어입니다’ 정도의 발언만 한국어로 한다”면서 “공식언어인 영어를 업무에서는 준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프로보 사장은 3가지 한국어 발음 특징을 보였다. 우선, 어려운 단어는 앞 단어부터 말하면서 한 박자 쉬었다. 한-가위, 즐-거운, 성-장할, 선-보이게 등이다. 프론트ㆍ디자인ㆍSM5 등의 영어 단어 발음시에는 본래 수려한 영어발음으로 돌아왔다. 일부 단어에 대해서는 ‘y’음가가 첨가되기도 했다. 명졀(명절), 한갸위(한가위) 등이 있다.



대부분 훌륭한 발음이었지만, 'different(디퍼런트·어려운)'를 프랑스어식 발음 ‘디페항’으로 발음하는 등 프랑스인으로서의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훌룽안(훌륭한), 교속해서(계속해서) 등의 바로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금세 캐치가 됐다.

스피치가 끝나자 박수도 나왔다. 보통 자동차 미디어 발표회 현장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 프로보 사장과 짧게 인터뷰 했다.



- 한국어 실력이 제법이다. 연습 얼마나 했는가.



“1시간 정도 연습했을 뿐이다.”



- 믿을 수 없다. 원래 한국어 공부 안 했나.



“매주 토요일마다 2시간씩 교습을 받고 있다.”



- 행사를 앞두고 리허설이나 특별훈련을 했을 것 같은데.



“맞다. 이런 큰 행사가 있으면 3~4일전부터 비서 앞에서 실전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리고 비서가 틀린 것을 몇 가지 잡아준다.”



- 처음에는 청중들 사이에서 ‘외국인 CEO에게 행사용으로 참모들이 좀 과한 것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대부분의 외국인 CEO가 1년 정도 한국어 공부하다가 포기한다. 그런데 나는 원래 한국어로 스피치를 자주 하려고 한다. 잘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조금 틀려도 청중이 격려(encouraging)해 주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Q&A까지는 할 실력은 못 된다.” (홍보실에 따르면, 프로보 사장은 매월 1회 비디오로 메시지를 전하는데, 이 때마다 모든 분량을 한국어로 한다. 생산직 등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배석했던 황은영 홍보담당 상무는 “사실 사장님의 한국어 실력이 늘면서, 임원들 사이에서도 말을 조심하게 된다”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인터뷰 현장에는 통역이 있었으나, 프로보 사장의 한국어 열의에 부흥해 기자도 콩글리시로 진행했다.



부산=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동영상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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