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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사칭 20대, 수십억 사기 구속

중앙일보 2014.09.04 11:15
유명 포털사이트의 파워 블로거를 사칭해 수십억 원을 가로챈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파워 블로거를 사칭해 20명에게 72차례에 걸쳐 41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박모(23ㆍ여)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8월까지 “업체의 협찬을 받아 수입자동차, 고급주택 등을 30~70% 싸게 구매해 줄 수 있다”며 예치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에게 당한 부유층 주부 등 피해자를 소개해준 고종사촌 장모(38ㆍ여)씨와 미용실 원장 정모(43ㆍ여)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파워 블로거’와는 거리가 멀었다. 박씨의 블로그는 개설만 된 상태로 하루 방문자 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관련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은 적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유명 포털사이트의 ‘넘버 2’ 파워 블로거라고 소개했다. 그는 해당 포털업체와 관련 업체로부터 각종 협찬을 받고 있어 각종 명품과 자동차, 아파트 등을 파격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자신의 친척과 한남동에 있는 고급미용실 원장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부유층 여성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피해자 중에는 현직 야구선수와 중견기업 회장 부인도 포함됐다. 현직 프로야구 선수는 ”용산구 동부이촌동 고급 빌라를 저렴하게 구매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2억1000만원을 손해봤다. 박씨는 프로야구 선수의 호감을 사기 위해 외제차를 무상으로 준 후 다시 빼앗기도 했다.



박씨의 범행은 명품 가방 등 수백만 원어치의 물품에서 시작됐다.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절반 가격 정도에 사줄 수 있다며 돈을 받아냈다. 다른 피해자에게 같은 수법으로 받아낸 돈을 더해 가방 등을 사주며 실제로 절반 가격에 물건을 구입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속였다. 가방을 줄 때도 유명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전달했다. 카드빚을 돌려막듯이 사기로 받아낸 돈을 ‘돌려막기’하며 실제 가격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 피해자들과 신뢰를 쌓은 것이다.



몇 차례 범행에 성공한 후 박씨는 외제차와 고급 아파트까지 싸게 사 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지난해 11월에는 A씨에게 “수입자동차 벤츠를 80% 할인된 금액에 협찬받아 살 수 있다”며 예치금 명목으로 차량 가격의 30%에 해당하는 2133만 원을 받았다. 올해 7월에는 B씨에게 “30억 상당의 용산구 한남동 고급 아파트를 7억~10억 원에 구매해주겠다”며 3억 원을 받았다. 박씨는 블로그 주소를 알려달라는 피해자의 요구가 있으면 “소문이 나면 협찬이 끊긴다”며 블로그 주소를 숨겼다.

경찰은 박씨의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유명 블로거를 사칭한 범행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할 계획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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