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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묶고 두건 씌운 채 포로 훈련 … "살려달라" 외쳤지만

중앙일보 2014.09.04 02:58 종합 2면 지면보기



특전사 하사 2명 훈련 중 사망
얼굴에 씌운 두건 끈으로 조여
90분 만에 쓰러져 … 질식사 추정
처음 시작한 훈련, 안전 매뉴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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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소속 하사 2명이 포로체험 훈련을 하던 중 사망했다. 군에 따르면 2일 오후 10시40분쯤 충북 증평군에 위치한 제13공수특전여단에서 포로체험 훈련 중이던 이모(23) 하사와 조모(21) 하사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청주 시내의 한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함께 훈련을 받던 전모(23) 하사는 응급치료를 받은 뒤 의식을 회복해 국군 대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군 당국은 사망 원인에 대해 “질식사로 추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사고는 부대 안에 새로 건립한 포로체험훈련센터에서 포로로 붙잡혔을 경우에 대비해 적의 가혹행위와 고문을 체험하는 훈련 중 발생했다. 일종의 탈출훈련으로, 특전사는 15일부터 전 대원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본 훈련을 앞두고 적응 테스트 성격의 예행훈련을 한 지 하루 만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전사 관계자는 “10명이 참여해 실시한 오전 훈련에선 한 시간여 만에 대부분 대원이 탈출했다”며 “오후 훈련에서 강도를 조금 더 높여 실시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육군에 따르면 오후 9시 시작된 훈련에는 교관 4명과 포로체험 요원 10명, 훈련 지원요원(적군 역할) 10명 등 24명이 참여했다. 포로체험 요원 10명 중 8명은 독방에, 2명은 한방에 수용됐다. 교관과 지원요원들은 포로체험 요원들을 꿇어앉힌 뒤 두 팔을 등 뒤로 모으고 밧줄로 묶었다. 얼굴에는 방수 처리된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검은색 두건을 씌웠다. 이 상태에서 결박을 풀고 탈출하는 게 목표였다. 특전사 관계자는 “포로로 잡혔을 경우 좁은 방에서 두건을 쓴 상황이 되면 엄청난 공포심이 유발된다”며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탈출하는 게 훈련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포로체험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한 육군 제13공수특전여단 소속 전모 하사가 3일 청주성모병원에서 국군대전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전 하사는 응급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다. [뉴시스]
 그러나 두건만 씌웠던 오전 훈련 때와 달리 교관들과 10명의 보조요원은 두건 밑부분의 끈을 조였다고 한다. 훈련이 시작된 지 1시간30분 뒤인 오후 10시30분쯤 훈련요원들이 “힘들다” “에이씨” "살려달라” 등의 소리를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교관들은 훈련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했다고 한다. 그러자 전 하사가 먼저 쓰러졌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다른 방도 확인한 결과 이·조 하사가 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발견돼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나머지 7명은 무사했다.



 특전사 관계자는 “특전사는 유사시 적진에 먼저 침투하기 때문에 포로로 붙잡힐 가능성도 크다”며 “아군의 전술이나 전력 등을 발설하지 않고 탈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포로체험훈련이 있었지만 한동안 실시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말 특전사 훈련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특전사령관의 지시로 미국 등 특수부대원들의 훈련 내용을 본떠 훈련 프로그램을 추가로 마련했다는 얘기다.



 훈련 당시 가혹행위나 고문은 없었다고 군은 밝혔다. 하지만 안전대책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훈련 과정에서 안전조치와 관련된 매뉴얼은 없었다.



 특히 훈련 당시 복도에서 상황을 근접 관찰해야 하는 교관들은 상황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새로운 훈련을 하면서도 안전장치 없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일어났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감찰실장을 포함한 조사팀을 투입해 훈련 준비와 통제·안전조치 등 훈련 시스템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대전=신진호 기자

[사진 뉴스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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