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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디폴트 우려 … 127개 시·군·구, 공무원 월급 못 줄 판"

중앙일보 2014.09.04 02:50 종합 5면 지면보기
3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충훈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장(순천시장)이 자치단체의 과중한 복지비 부담 완화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지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왼쪽 사진). 약 1시간 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자치단체장의 요구에 대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뉴시스]


0∼5세 영·유아와 65세 이상의 노인을 위해 2008년 이후 대폭 확대된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복지정책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연간 14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서로 애물단지 취급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상보육·기초연금 확대 후폭풍
지자체 복지비 5년 새 24조 → 42조
조충훈 협의회장 "정부 부담 늘려라"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신설했고, 박근혜 정부는 올 7월부터 이를 바꿔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또 2012년부터 0∼2세 무상보육을 도입했고 2013년부터 0∼5세로 수혜 대상을 확대했다. 기초연금은 고령화에 따른 노인 생계대책 차원에서, 무상보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1.13명)에 따른 문제와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202만 명의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 중 447만 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올해에만 무상보육사업에 7조원, 기초연금(상반기 기초노령연금 포함)에 7조원이 들어가면서 비용 부담을 놓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방정부는 “영·유아 보육과 기초연금 등 국민 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전적으로 국가 사업인 만큼 전액 중앙정부가 비용을 책임지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앙정부는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은 지역 주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중앙과 지자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3일까지도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급기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들이 이날 상경해 시장·군수·구청장 226명의 명의로 공동호소문을 발표하고 중앙정부를 성토하기에 이르렀다.



 조충훈(순천시장) 협의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가 보편적 복지비용을 지방에 전가해 심각한 지방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자체들이 도로 보수나 상하수도 공급 같은 기본적인 행정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파산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하반기에만 7000억원의 부담이 생기고 조속히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복지비 지급을 감당할 수 없는 ‘디폴트(default·지급불능)’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자체의 사회복지비는 2009년 24.1조원에서 올해 42.5조원으로 연평균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 예산은 137.5조원에서 163.6조원으로 연평균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 세입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수입 증가를 앞지른 지출 증가로 지방 살림이 펑크가 날 지경이란 얘기다. 실제로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올해 44.8%로 급락했다.



 이처럼 사회복지 지출이 증가하면서 전국 244개 지자체 중에서 지난해는 125곳, 올해는 127곳이 자체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봉급도 못 줄 정도로 재정상태가 열악하다고 협의회는 주장했다.



 협의회는 호소문에서 ▶기초연금 전액 국비 지원 또는 평균 국고보조율 90% 이상으로 확대 ▶보육사업 국고보조율 서울 40%, 지방 70%로 인상 ▶지방소비세율을 11%에서 16%로 인상한 뒤 단계적으로 20%까지 인상 등을 요구했다.



 돈을 더 달라는 지방의 요구에 대해 중앙정부의 반응은 싸늘하다. 복지사업이 확대되면서 지방에 상당한 지원을 해줬는데 여전히 우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이날 협의회 기자회견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 장관은 “지방소비세율 인상(5%→11%) 등으로 지방재정이 호전됐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기초연금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이 지난해 15%포인트 인상됐고 3∼5세 보육료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도록 단계적으로 이관하고 있어 지자체의 부담이 무상보육 도입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5일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주민 참여를 통해 선심성 공약을 검증·여과하고(곽채기 동국대 교수,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 ▶세제 개편과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임승빈 명지대 교수, 손희준 청주대 교수)고 대안을 제시했다.



글=장세정·박현영·김기환 기자, 부산=황선윤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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