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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담화 백지화 주장 … 미국 가서 '위안부 동상' 항의

중앙일보 2014.09.04 02:48 종합 6면 지면보기
일본 최대 보수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야스쿠니신사에서 열린 A급 전범 등 합사자 추도 집회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부르고 있다. 일본회의는 이 집회 마무리에 태평양전쟁 당시 국민의 전투 의욕 고양을 위해 사용하던 군가 ‘우미 유카바(海行かば· 바다에 가면 물에 빠진 시체로 호국의 넋이 되리)’를 제창했다. 사진에 미요시 도루 일본회의 회장(연단 왼쪽 첫째), 야마다 히로시 ‘차세대당’ 간사장(연단 왼쪽 셋째), 에토 세이이치 총리 보좌관(맨 왼쪽) 등이 보인다. [김현기 특파원]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 69주년인 지난달 15일 오전 일본 도쿄 구탄시타(九段下)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우익 행동파의 산실, 일본회의
가맹단체 포함하면 회원 800만
의회 조직 '간담회' 엔 의원 40% 가입
8월 15일엔 야스쿠니서 추도집회



 오전 11시가 되자 신사를 찾은 이들 상당수가 본당으로부터 300m가량 떨어진 참배로 한가운데 설치된 흰 천막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1400명가량이 모였다. 일본 최대의 보수결사체 ‘일본회의’가 주최한 추도집회였다.



 가장 앞줄에는 지난 2월 의회에서 ‘고노담화 검증’을 최초 제기한 극우파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차세대당 간사장이 있었다. 그 옆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말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 “실망했다”고 논평한 미국 정부를 향해 “실망한 건 우리 쪽”이라 되받아쳤던 강경파 인물이다. 그는 의회 내의 일본회의 응원단 격인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의 간사장이다.



 야스쿠니 한복판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아베 정권의 내부행사나 다름없었다. 일본회의 회장인 미요시 도루(三好達·87) 전 최고재판소 장관(대법원장)이 기념사에서 “야스쿠니에 총리가 참배하는 건 당연한 것” “하루빨리 개헌을 이뤄내자”고 기염을 토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옳소”라는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고노 담화 검증’ 주장이나 아베 정권 각료들의 잇따른 야스쿠니 참배의 진짜 배후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행사장 옆에선 일본회의가 주도하는 ‘평화헌법 개정 실현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도 펼쳐지고 있었다. 아베가 3일 출범시킨 2기 내각의 최대 숙원은 개헌이다. 그리고 그 군불 지피기를 보수우익 진영의 사령탑인 일본회의가 치밀하게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회의는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지자체)마다 본부가 있고 228개의 지부를 뒀다. 어지간한 정당 저리 가라다. 구성원 수는 3만5000명이지만 각종 우익 가맹단체까지 합하면 800만 명. 그러다 보니 일본 정치권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본회의 간담회’에 가입한 의원은 민주당 정권 시절이던 2010~2012년만 해도 100여 명 수준이었다. 이게 아베 내각 출범 직후 252명으로 늘더니, 현재(올 5월 기준)는 289명까지 불어났다. 전체 의원 722명 중 40%가 ‘일본회의 장학생’인 셈이다.



 일본의 우경화를 이끄는 일본회의의 장악력은 이번 개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회의 의원 간담회 특별최고고문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부회장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 등 ‘일본회의 대표선수인 1진’ 6명(아베 총리 포함)은 그대로 유임됐다. 거기에 ‘2진’으로 분류되는 9명이 새롭게 보강된 것이다.



 부회장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총무상은 최근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백지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인물이다.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며 매년 8월 15일 빠짐없이 야스쿠니를 참배한다.



 정책심의회장인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 신임 납치담당상은 미국 내 위안부상 건립에 항의하기 위해 직접 미국까지 건너간 행동파. 독도를 일본 영토라 주장하는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의 회장이다.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호칭)의 날’ 행사에 현직 의원으로는 최초로 참석했다. 2006년 1기 아베 내각 때는 교육담당 총리보좌관으로 ‘교육 우경화’를 이끌었다.



 신 내각뿐 아니라 집권 자민당 수뇌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새로 임명된 당 4역 중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69) 간사장, 각료 시절 매년 8·15 야스쿠니 참배를 해 온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5) 정조회장,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59) 선거대책위원장 등 3명이 일본회의 간담회 소속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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