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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출신 52세 총장 할 말 하는 '미스 쓴소리'

중앙일보 2014.09.04 02:31 종합 14면 지면보기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지난달 20일 전체 교수들과 ‘열린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연간 12학점인 교수들의 수업 시수를 내년부터 15학점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대학 발전을 위해 교수들이 더 희생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연구처장을 맡았을 때는 보직교수 회의에서 “800억원대인 연구비를 1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총장에게도 미리 보고 하지 않은 적극적인 행보였다.



 최 총장은 “자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할 말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6월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맡았는데,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게 계기였다. 혁신위라는 명칭과 달리 회의에선 늘 있어 왔던 논의가 이뤄지자 그는 국내 과학교과서가 외국에 비해 순환이 느린 점 등 변화에 뒤떨어지는 교육 사안을 적극적으로 끄집어냈다. 마침 회의에 와 있던 청와대 관계자가 보고 그를 추천해 고사 끝에 공직을 맡게 됐다.



 할 말을 하는 모습에 싫은 내색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토론을 거쳐 합의가 되고 나면 오히려 절친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최 총장은 말했다.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나 보수적인 장로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사적인 일을 위해선 절대 나서지 않는데, 자라면서 익힌 나의 철학”이라고 했다.



  최 총장은 94년 이대 교수 부임 후 학생처장·산학협력단장·사범대학장 등을 지냈다. 교수회의 등에서 인사말을 할 때 그는 원고를 준비하지 않고 요점만 메모해 가 즉석 연설을 한다.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일 중독’이란 주변 평이 있는데, 교직원들 사이에선 ‘존중해 주는 총장님’으로도 불린다. 한 교직원은 “보직교수 시절부터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한 분”이라고 전했다.



배드민턴을 선수급으로 치는 최 총장은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겨울철 새벽에 스키장에 갔다가 점심 때 돌아올 정도로 운동을 즐겼다. 미혼인 그는 “이화와 결혼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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