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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교육카페] 사춘기 자녀와 엄마는 며느리·시어머니 사이와 같아

중앙일보 2014.09.04 02:20 종합 15면 지면보기
김성탁 기자
엄마에게 늘 살갑게 굴던 딸이 불평을 입에 달고 사나요. 차 안에서 성질을 부리더니 차 문을 부술 듯 닫고 나가 버리는 아들이 있습니까. 엄마들까지 질풍노도의 시기로 몰아넣는 사춘기 자녀 얘기입니다. 어쩌다 걱정돼 한 소리 하면 충돌로 이어지니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정말 사춘기에는 아버지의 호통이나 엄마의 읍소도 소용없는 걸까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때부터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가 너무 심하게 걱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극심한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전체의 3분의 1이 되지 않고, 대다수는 적당한 수준에서 지나간답니다.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자기 의견에 끼어드는 것을 싫어하며 외모에 관심이 많은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사춘기 자녀와 씨름해 본 엄마들은 “어릴 때 부모가 돌봐 주는 역할을 했다면 사춘기가 되면 지켜봐 주는 입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외모나 옷차림, 취미생활 등은 아이가 선택하도록 맡겨 둡니다. 아이가 머리를 제때 자르지 않아도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자세를 가지라는 겁니다. 겨울철에 반바지를 입고 다녀도 마음에 들기만 하면 아이들은 춥다고 느끼지 않는다네요. 남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시기이니 외모나 옷차림이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닦달하기보다 이런 시각도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한 엄마는 “며느리에게 뭔가 가르치겠다며 사사건건 개입하는 시어머니가 좋지 않듯 사춘기 아이들에게 엄마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 말합니다.



 학업에 지장이 초래될까 우려가 앞서겠지만 공부하라는 얘기도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인지 살펴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면 진정한 학습 동기를 북돋우기보다 부모의 답답한 심정만 풀어놓는 게 됩니다. 오지도 않은 미래까지 거론하며 나무라면 아이들은 짜증을 내게 되는데, 자신의 인생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비난하거나 명령하듯 하는 부모의 태도가 달라지면 아이들이 변하더라고 말하는 경험자가 많습니다.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게 만들면 오히려 공부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답니다.



 서천석 전문의는 “부모가 강요하듯 밀어붙이다가 자녀와의 관계가 완전히 깨지는 경우가 많다”며 “고집을 피우던 아이들도 나중엔 생각이 달라지는데, 부모와 싸우면 아이가 돌아갈 자리가 없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실천 가능한 범위에서 제시하는 게 좋습니다. 시켜도 안 할 것 같은 것까지 엄격하게 요구하면 포기하거나 거짓말로 얼버무리려 한답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아이들을 조사해 보면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사춘기 자녀에게는 효과적으로 지는 게 요령입니다.



김성탁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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