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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문화의 쌀 … 수익 시원찮아도 못 버려

중앙일보 2014.09.04 01:51 종합 21면 지면보기
국내 처음으로 개설된 상명대 소설창작 석사과정을 맡게 된 소설가 박범신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나는 가르칠 게 없다. 밤새 술 사주며 같이 울고 웃을 뿐이다. 내 교수법은 오욕칠정(五欲七情) 교수법이다.”


소설가 박범신, 상명대 문학강연
"내가 할 일은 문학 바이러스 주입
쓰고 싶은 열망 넘치게 괴롭힐 것"

 소설가 박범신(68)씨가 ‘작가 조련사’로 돌아왔다. 명지대 교수 시절 많은 작가를 배출했던 명성을 회복하려는 기세다. 상명대(총장 구기헌)가 올 2학기에 개설한 국내 첫 소설창작 석사과정을 맡았다. 등단했으나 무명인 작가, 작가 지망생 등을 가르친다.



 지난달 28일 상명대 밀레니엄관 208호 강의실. 그의 강연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첫 학기 수강생 일곱 명을 위한 특강은 30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문학의 의미와 작가의 보람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41년 동안 소설을 썼다. 문학과 순정한 연애를 한 세월이다. 요즘은 작가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따져본다. 결론은, 문학은 온탕과 냉탕, 추락과 상승을 왕복하는 내적 분열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벽 너머를 보려는 욕망이라는 것이다. 벽 너머 어둠 속에는 무엇이 있나. 어떤 사람이 웃을 때 과연 그의 창자도 웃고 있나. 그런 의심을 하며 어둠 속으로 들어가려는 거다.”



 작가라는 존재의 해명을 시도한 박씨는 곧 작가의 기쁨을 얘기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큰 슬픔과 자기분열 속에서 고통받는다. 때문에 물속의 돌처럼 계속해서 구를 수 밖에 없다. 내게 청년작가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은 그 때문일 게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나의 방부제다. 나는 또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았다. 문지(계간 ‘문학과 지성’)나 창비(계간 ‘창작과 비평’)에 소속된 적이 없다. ‘도꼬다이(단독)’로 살았다. 사회적 서열에 맞춰 포즈로써 예의를 차리기는 했지만 정신이 굴복한 적은 없다. 고독한 길에서 누리는 놀라운 자유가 작가의 행복이다.”



 박씨는 문학을 쌀농사에 비유했다. 수익이 시원찮아도 유구한 역사가 배어 있고 우리 정체성을 말해주기 때문에 쌀농사를 버릴 수 없는 것처럼 문학은 문화의 쌀, 역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교수법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을 맺었다.



 “내게서 배울 건 별로 없을 거다. 내 할 일은 쓰고 싶은 열망이 넘치도록 문학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이다. 문학 바이러스는 나의 문학 사랑, 제자 사랑에서 나온다. 나는 나태는 용납 못 한다. 문학의 제단 앞에 손가락 하나 바칠 생각 없으면 관두라고 다그친다. 믿을 것은 결국 자기 문장뿐이다. 나에게는 나의 문장이 있다, 라고 소리쳐 말할 수 있다면 어떤 벼랑에서도 살아 돌아올 수 있다. 자기 문장에 대한 강력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괴롭힐 거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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