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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게, 농염하게 '시카고' 15년 … 환갑 때까지 하고 싶어요

중앙일보 2014.09.04 01:47 종합 21면 지면보기
데뷔 25주년을 맞은 뮤지컬 배우 최정원. 그가 단독으로 벨마 역을 맡은 ‘시카고’는 현재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긍정 에너지가 넘쳤다. 자신의 직업을 두고 “돈 내고라도 하고 싶은 일”이라고 했다. “공연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 컨디션이 더 좋아진다”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45). “갈수록 실력이 는다. 어제 불렀던 노래도 (오늘 노래에 비하면) 창피하다. 점점 더 발전할 모습을 생각하면 빨리 나이 먹고 싶다”는 그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올해로 한국 공연 10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시카고’가 매일 밤 펼쳐지는 곳이다.

'원 캐스팅' 도전하는 최정원
“무대 체질 … 돈 내고라도 할 것
반응 늦은 영화·드라마는 별로
나이 들수록 실력 느는 것 느껴"



그는 2000년 초연 때부터 이번 공연까지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시카고’ 무대를 지키며, 두 주인공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 역을 연기했다. 초·재연 때는 귀여운 악녀 록시 역으로, 2007년부터는 농염한 죄수 벨마 역으로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흔치 않은 ‘개근’ 기록이다.



 “‘시카고’는 배우로서 성취감이 가장 큰 작품이다. 무대장치나 의상 등은 단순하다. 그래서 배우의 노래·연기·춤 역량이 그대로 드러난다. 공연할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환갑 때까지 벨마 역을 맡고 싶다.”



 ‘한우물’은 그의 오랜 습성이다. 뮤지컬 배우로 인생의 목표를 정한 게 고2 때였다.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고나서 하나의 감정을 춤으로도 표현하고, 노래로도 표현한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1989년 스무 살에 ‘아가씨와 건달들’의 단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뒤 그는 TV·영화 등에 거의 눈을 돌리지 않고 무대만 고집했다. 지난 25년 동안 29개 배역을 맡았다. 그는 “무대는 즉석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한참 뒤 반응을 얻는 영화·드라마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반세기 무대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는다면.



 “행복해서다. 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다. 내가 행복해야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뭘 사도 남편 것, 아이 것보다 내 것을 먼저 산다. 기부도 꽤 많이 하는 편인데,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한다. 기부한 날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다. 공연을 계속 하는 것도 관객이나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고, 25년 동안 계속 출연료가 오르는 것도 행복하다. 출연료가 줄면 기분이 나쁠 것 같아 올릴 때 아주 조금씩만 올린다. 그래야 끝까지 계속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시카고’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10시즌 만에 처음으로 ‘단일 캐스팅’에 도전했다. 교대로 출연하는 배우 없이 혼자 벨마 역을 맡아 서울·지방 111회 공연을 모두 소화한다.







 -2∼4명의 배우가 주인공을 돌아가며 연기하는 더블·트리플·쿼드러플 캐스팅이 일반적인데.



 “주연 배우 숫자가 많은 게 티켓 판매에는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 완성도 측면에선 ‘원 캐스팅’이 훨씬 좋다. 배우들의 조합이 왔다갔다 하면 호흡 맞추기가 힘들다. 2007년엔 ‘맘마미아’의 도나 역을 혼자 맡아 208회 공연을 한 번도 안 빼놓고 한 적이 있다. 감기 걸릴까 무서워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노래 한번 불러보고 소리 잘 나오면 안심하고 다시 자곤 했다. 이번에도 그렇다. 소식하고 물 많이 마시며 건강관리하고 있으니, 공연이 끝난 뒤 더 건강해져 있을 것 같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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