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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재정 왜곡, 방만 운용 둘 다 잡아라

중앙일보 2014.09.04 01:13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어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촉발된 ‘복지 디폴트(지급불능)’ 논란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혔다. 조만간 TF를 구성해 지방재정 운용 실태를 종합 점검하겠다고 지방정부를 압박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기초자치단체장의 집단행동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복지 정책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복지정책으로 재정이 바닥나 복지 중단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기초자치단체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지난해 말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5%에서 11%로 높이고 보육료·양육수당의 국고보조율을 인상하는 등 적절한 지원대책을 이미 세워주었다고 주장했다. 문 장관은 “재정부족을 무상보육 탓으로 돌리는 건 안타깝다. 사전에 충분히 예산을 배정했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은 중앙정부 입장을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11%에서 16%로 높이고, 중앙정부가 도입한 복지서비스의 재원은 정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맞섰다.



 중앙정부가 지방이 견뎌낼 만한 지원책을 내놓았는지는 면밀히 따져볼 문제다. 다만 보편적 복지 시행으로 지방재정이 악화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미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에서 올해 44%로 낮아졌다. 상당수 자치단체가 자체 세입으로는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앙·지방의 부담비율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의 주장대로 자치단체의 방만한 운용도 수술해야 한다. 올해 6·4 지방선거 때만 해도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학생교통비 현금지급 같은 갖가지 선심공약이 판쳤다. 1조원 이상이 들어간 ‘애물단지’ 용인경전철과 호화청사 논란을 국민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방치하고 달콤한 복지만 늘릴 수 없는 노릇이다.



 이참에 중앙·지방 간의 부담비율뿐만 아니라 광역·기초 자치단체의 재정 불균형 역시 들여다봐야 한다. 마침 엊그제 열린 서울 용산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토론회에서는 마사회가 내는 지방 레저세의 배분 문제가 제기됐다. 200억원을 납부하는데 정작 용산구 몫은 2억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직접 주민대책을 세워야 하는 기초자치단체에 충분한 재원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올해 7월 기초연금이 시행된 데 이어 내년에는 맞춤형 개별급여가 도입된다. 보편적 서비스라는 복지국가의 틀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초·광역 자치단체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고통분담도 반드시 필요하다.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중앙정부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면 이에 상응하는 증세 역시 검토해야 한다. 이번 ‘디폴트 충돌’은 왜곡된 지방재정 구조를 전방위로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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