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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힘을 합쳐 부결시킨 체포동의안

중앙일보 2014.09.04 01:13 종합 30면 지면보기
어제 송광호 국회의원(72·새누리당 충북 제천-단양)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충격적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제 특권 지키기에 저렇게 똘똘 뭉칠 수 있는가, 민심을 이렇게 모를 수 있는가, 저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송 의원은 2012년 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철도납품업체 대표로부터 6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왔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비리 사슬인 관피아(관료+마피아), 그 가운데 이른바 철피아(철도 마피아)를 파헤치는 수사다. 이 과정에서 철도업체와 정치권의 연결 고리로 추정되던 당시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의문의 자살을 함으로써 자칫 정치권 몸통이 가려질 뻔했던 사건이다.



같은 혐의의 초선인 조현룡(새누리당·경남 의령-함안-합천) 의원은 임시국회 소집 하루 전 도피행각을 벌이다 구속됐으나 4선의 송 의원은 임시국회 회기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체포동의안 제출→이틀 뒤 본회의 부결’이라는 특권을 유감없이 누리게 됐다.



 국회의원들은 지난 넉 달간 ‘법안 처리 0건’에다 세월호 특별법안·민생법안 협상에선 완전히 손을 놓더니 제 식구 지키기엔 여야가 힘을 합쳐 행정부와 사법부의 공격을 방어해내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정수를 뽐냈다. ‘방탄국회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온 세상에 보여줬다. 참으로 두꺼운 얼굴이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장면 아닌가. 이날 본회의에 출석한 새누리당 의원은 136명,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14명이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이 73명, 반대한 의원은 118명이라니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기십 명이 체포 반대에 가세한 셈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는 수차례에 걸쳐 “비리 의원을 보호하는 방탄국회는 없다”고 강조하더니 허언(虛言)임이 드러났다. 여당 지도부의 무책임한 허언만 없었어도 사람들은 국회의 배신에 이토록 질리거나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일 안 하고, 정파적이며, 무한 특권을 추구하는 19대 국회를 어떻게 심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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