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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사고·일반고 상생 방안 찾아야

중앙일보 2014.09.04 01:13 종합 30면 지면보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해 일반고로 전환할 학교를 오늘 발표한다. 자사고 학부모 3000여 명이 이에 반발해 연일 집회를 열고, 자사고 교장들은 지정 취소 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조 교육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에게 있어 자사고는 고교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희생돼야 할 존재로 인식돼 있다.



 특목고·자사고·일반고라는 고교 체제가 틀을 갖춘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러한 고교 체제는 과반수 국민의 지지로 탄생한 정권이 결정한 것이다. 서울 등 일부 지역 교육감이 그 틀을 깨겠다고 해서 그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자사고를 다니는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학교에서 배울 권리가 있다. 조 교육감도 소수자인 자사고 학생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그의 생각대로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저절로 살아날까. 오히려 자사고와 일반고가 편을 나눠 갈등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며,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는 변화의 노력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일반고 문제의 원인은 오히려 일반고 내부에 있다. 학생들의 수준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천편일률적으로 가르치니 어느 학생이 흥미를 갖고 수업에 임하겠는가.



 모든 일반고가 위기라면 그 원인이 자사고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일반고는 공부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잃은 학생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듣고, 이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갖고 교육을 했다. 그 결과 자사고 못지않은 진학 실적을 내기도 했다. 교육감이 할 일은 위기에 빠진 일반고가 학생 만족도가 높은 학교의 우수 사례를 따라 배우며 스스로 개혁하도록 돕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일선 학교를 갈등과 반목의 장으로 몰고 가지 말아야 한다. 그가 지정 취소를 결정하더라도 교육부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차라리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산 동산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따라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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