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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 속 탄소섬유, 여객기 엔진 돼 하늘 날다

중앙일보 2014.09.04 00:45 경제 7면 지면보기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 엔진 테스트 시설에서 연구원들이 탄소섬유 소재를 적용한 GE90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GE]


경제 성장과 친환경, 사회적 책임을 모두 만족하는 미래기술 개발이 화두다. 지난 130년간 세계 산업 트렌드를 주도해온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공동으로 첨단 기술의 발전과 미래를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이번 주부터 격주로 연재한다.


GE 혁신 기술
에디슨이 일본 대나무서 추출
고효율·친환경 엔진 소재로
풍력터빈·X레이기에도 실험 중
"앞으로 사용량 폭발적으로 늘 것"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해 미국 특허청의 승인을 받은 것은 1880년 1월이다. 하지만 그가 전구를 만들기까지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했다는 사실은 더 유명한 얘기다. 실제로 에디슨의 특허신청서에는 필라멘트를 개발하기 위해 수없이 재료를 바꿔가며 실험했던 내용이 빼곡히 기록돼 있다. 1879년 클리블랜드에 있는 멘로파크연구소에서 에디슨은 얇은 대나무 조각을 그을렸다. 대나무에 함유된 셀룰로오스는 금세 탄화돼 탄소섬유로 변했고, 이것이 새로운 필라멘트 소재가 된다.



에디슨 연구팀은 전 세계를 다니면서 최적의 소재를 찾았다. 이 필라멘트는 일본 교토의 하치만구(八幡宮) 신사에 심어진 대나무에서 추출한 것이었다. 유독 여기서 자란 대나무가 전기를 옮기는 전도성을 띠면서 고열을 견디는 성질이 우수했다. 이 탄소섬유는 나중에 텅스텐 필라멘트로 교체될 때까지 초창기 전구에 불을 밝히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80년이 지난 뒤 탄소섬유가 다시 가치를 인정받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엔지니어들이 우주선을 만들 때 이상적인 소재로 탄소섬유를 선택한 것이다. 강도는 높으면서 무게는 가벼운 이 신소재 덕분에 미국은 소련과 우주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었다. NASA의 엔지니어들은 합성수지에 적신 여러 겹의 탄소섬유 매트로 복합 부품을 제작했다. 탄소섬유는 철이나 알루미늄 합금보다 가볍고 내구성과 강도가 강해 항공기·로켓·미사일 동체나 부품 소재로 활용됐다. 19세기 전구를 통해 세상을 밝혔던 탄소섬유가 이제는 하늘을 나는 엔진으로 진화한 것이다.



1980년대 제너럴일렉트릭(GE)은 NASA의 고효율·친환경 엔진 개발 프로젝트인 ‘E3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GE36 오픈로터 엔진을 개발한다. 이 엔진을 개발하는데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활용해 비슷한 크기의 기존 엔진보다 연료 효율을 30%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초기의 탄소복합재는 파운드(454g)당 400달러로 매우 비쌌다. 하지만 기술 혁신으로 가격이 내려갔고 이용 범위는 넓어졌다. GE는 수십 년 동안 탄소섬유 복합재료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제트엔진의 팬 날개를 탄소섬유로 만들면 엔진을 가볍게 하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GE는 제트엔진에 탄소복합소재 적용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해 보잉777에 탑재된 쌍발 엔진 GE90의 무게를 수백㎏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디자인이 빼어나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기획한 ‘건축과 디자인’ 컬렉션에 전시될 만큼 ‘화려한 이력’도 갖고 있다.



최근엔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777X에 탑재될 GE9X 엔진의 팬 날개를 차세대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설계 중이다. GE9X 엔진은 대형 여객기에 장착되는 기존 엔진보다 더 얇고 더 작은 팬 날개로 디자인된다. 또한 GE의 최신형 대형 제트엔진이자 최고의 연비 효율을 자랑하는 GEnx 엔진도 팬 날개와 팬 케이스에 탄소섬유 복합재료가 이용된다. GEnx 엔진은 보잉747-8과 보잉787에 장착된 엔진으로, 지금까지 1300대 이상 수주했다. GE 역사상 가장 빠른 판매 성장률이다.



GE는 현재 풍력터빈 날개, 오일·가스용 수직 파이프에 탄소섬유를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X레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 때 환자가 눕는 테이블을 탄소섬유로 만들어 방사선을 줄이고 이미지 선명도를 키우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GE 글로벌리서치 연구소의 슈리다 나스 박사는 “지금 산업계는 소재의 무게를 줄이고 강도를 높이는 게 최대 숙제다. 탄소섬유는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 최적의 소재”라며 “앞으로 15년 간 탄소섬유의 사용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리=이상재 기자



◆탄소섬유=철보다 무게가 4분의 1가량으로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10배 이상인 신소재. 낚싯대·골프채·자전거 같은 레저용품부터 자동차와 비행기, 풍력발전기 등에 두루 쓰여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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