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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준혁아, 스스로 응원하며 살아가길 바라

중앙일보 2014.09.04 00:10 8면 지면보기
양은애 교사가 이준혁군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지난달 29일 재능 있는 장애인 작가 발굴을 위해 열린 ‘드림드림 캔버스’ 전국 공모전에서 천안 나사렛새꿈학교 1학년 이준혁군이 장려상을 받았다. 이번 공모전은 사단법인 ‘꿈틔움’에서 지난 5월 12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국 장애인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열었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 뇌병변장애 학생 두 명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참가했다. 장려상을 받은 이군은 ‘바닷속 희망’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비록 장려상이었지만 손과 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뇌병변장애 학생에게는 금상이나 대상 못지않은 값진 상이다.



 사람들은 휠체어를 탄 뇌병변장애인은 글씨를 쓰지 못하고 말도 못하며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해 꿈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도 서툴지만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생각을 하며 늘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이동성이 떨어지고 의도적인 움직임은 어렵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비장애인에 비해 수십 배 이상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사람이 장애학생들이다. 하지만 노력하는 것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고 좌절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소근육운동이 필요한 잡기 기능이 떨어지면 물건을 잡거나 섬세한 작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손과 손가락 마디마디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비장애인에 비해 몇 배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일반 중·고교생은 한 장의 그림을 스케치하고 물감으로 색칠하는 데까지 대략 두 시간 걸린다. 하지만 뇌병변장애 학생은 연필을 잡으면 갑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연필을 자주 바닥에 떨어뜨린다. 다시 연필을 쥐고 선을 그리고 지우고 또다시 연필을 쥐고 선을 그리기까지 하루나 이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붓에 물감을 묻혀 색을 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2주일 이상이 걸린다. 장애 정도가 더 심하다면 이 모든 과정이 한 달, 두 달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뇌병변장애 학생의 작은 성과도 크고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 번은 뇌병변장애 학생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다 거의 완성된 미술 작품에 물을 쏟아 처음부터 다시 그리기도 했다. 학생도 필자도 실패했다라는 생각 때문에 좌절했다. 또다시 연필을 떨어뜨리고 붓에 물감을 묻혀야 하는 힘든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실패를 맛보면 좌절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모든 과정을 겪어 익숙해졌기에 한 번 더 도전하면 될 것을 왜 힘들고 안 된다며 좌절하며 눈물을 흘렸을까.



 장애학생에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어려운 과제다. 어쩌면 사회 속에서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실패와 좌절을 이겨내고 자신의 생각과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리는 장애학생들을 바라보자. 그 그림 속에 담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세상에 태어나 걷고 뛰고 생각하고 꿈꾸고 그 꿈을 실현시킨 사람은 정말 대단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자. 비장애인에 비해 힘들고 어렵게 자신의 꿈을 펼치며 살아가는 이군 같은 장애인을 보며 지금 꿈을 향해 달려가는 내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응원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양은애 나사렛새꿈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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