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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에 마술 공연…깔깔거리는 '입영식' 무슨 일?

중앙일보 2014.09.02 16:11
`황금마차`로 불리는 국군복지단 이동식 PX [프리랜서 공정식]


힙합 음악이 울려 펴지고, '둥둥둥'하는 북소리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댄스공연, 마술공연까지 벌어진다. 오징어땅콩, 꼬깔콘 등을 파는 이동식 과자판매 차량에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지역 축제장의 모습이 아니다. 대구 육군 50사단의 입영식 장면이다.



2일 오후 50사단 신병교육대대 앞은 시끌벅적했다. 머리를 짧게 깎은 아들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부모도, 연인과 애틋하게 손을 잡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군부대 사고가 잇따르자 50사단이 병무청과 손잡고 입영식을 '입영문화제'로 바꿨다. 이날 입영문화제에는 군 입대자 253명과 가족이 참여했다. 50사단은 붉은 모자를 쓴 신병교육대대 조교 대신 호랑이 탈을 쓴 캐릭터 '호국이'를 신병교육대대 마당에 내보내 입영자를 맞았다. 또 가족들과 즉석사진까지 찍어주며 친근한 군 이미지를 보여주려 애썼다. 군복 착용체험장을 따로 마련해 실제 군에서 입는 군복을 입영자와 가족이 입어볼 수 있게 했다. 총기 사고에 대해 예민한 입영자 부모를 위해 군에서 쓰는 소총도 공개했다. 김해석(53) 50사단장은 "군대 문화가 바뀌었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폭력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입영을 앞둔 장정과 가족들이 김해석(가운데 왼쪽) 50사단장이 함께 선보이는 마술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포항에서 아들과 함께 왔다는 김옥진(44·여)씨는 "노래까지 울려 퍼지는 것을 보니 좀 안심이 된다. 재미있는 마술공연까지 열리는 데 군 생활도 이와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미에서 아들과 함께 찾은 이영종(46)씨는 "실제 군대 생활이 과연 이렇겠느냐. 하지만 군인 대신 캐릭터 옷을 입을 군인들이 돌아다니니까 그래도 안심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가족도 있었다. 입영자 김모(21)씨의 어머니 신은실(42)씨는 "자살, 살해, 왕따, 구타. 이게 바로 지금의 군대 아니냐. 쇼를 하는 것처럼 가족들에게 보여주려고 황금마차(과자판매차량)까지 동원했다"며 "쇼가 아니라, 실제 병영문화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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