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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이즈환자만 빼고 모두 … 보험 가입 쉬워진다

중앙일보 2014.09.02 00:55 경제 3면 지면보기
직장인 김은영(31·가명)씨는 20대 후반에 자궁 내막에 생긴 용종 제거수술을 받았다. 이후 결혼과 출산을 했지만 찜찜함이 내내 남아 있었다. 암 진료비가 보장되는 질병 보험을 알아봤는데, 자궁 용종도 암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아 보험사들이 받기를 꺼려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아팠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보험의 필요성을 훨씬 크게 느끼는데 보험사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질환자들 위한 보험상품 잇단 출시
만성위염, 간경화 환자까지 가능
보험료 30~100% 높지만 보장 같아
만기 뒤 정산…보험료 인상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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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면 서럽다. 아프고 나서 뒤늦게 보험 가입에 나선 소비자들은 더 그렇다. 일반적으로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보험 가입 문턱이 높다.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 보험사들이 받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이런 유병자(有病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보험료를 높일 수 있게 허용하는 대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상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이달엔 암·에이즈 환자를 제외하고 모든 질환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암 보험 상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사후 정산형’ 유병자 질병보험 관련 원칙이 포함된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안을 이달 초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병력이 있는 소비자들을 보험사가 내치지 않도록 보험료를 산정할 때 반영하는 위험률(특정 질환의 발병 가능성)의 안전할증 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높여주는 내용이다. 대신 계약기간이 끝나면 손해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정산해야 한다는 원칙을 포함시켰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이후 정산이나 배당이라는 부담 때문에 보험료의 지나친 인상은 억제할 수 있다”며 “이르면 하반기부터 관련 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회사들도 유병자·고령자처럼 그 동안 받기를 꺼려했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금감원 김용우 보험상품감독국장은 “이미 보험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기존에 가입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찾고 있다”이라고 설명한다.



 라이나생명은 이달 중 암·에이즈 환자를 제외하고 모든 질환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 암보험 상품을 내놓는다. 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만성위염, 대장용종, 간경화 환자까지 가입할 수 있고, 이들이 건강한 사람과 똑같은 내용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이 질환자들은 아예 가입이 거절되거나 관련 암에 대한 보장을 하지 않는 내용의 ‘부담보 특약(특별 조건 인수부 특약)’을 걸어야만 했다. 이 상품은 예를 들어 40세 남자 기준으로 유병자형 보험료가 2만7300원으로, 건강한 사람이 가입하는 표준형(1만3900원)보다 30~100% 할증된다.



 60세 이상의 고령자나 고혈압·당뇨병 환자도 2012년부터 간편 심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질병보험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일반적인 심사 과정 대신 건강상태에 대한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AIA·라이나생명 등 외국계 회사들이 과거 다른 나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상품 개발에 더 적극적이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실버암보험(고혈압·당뇨환자 포함)은 매월 평균 3000명 이상이 가입하고 있다. 금감원 김용우 보험상품감독국장은 “기존 암보험의 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유병자들에게 가입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동시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여러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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