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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안 돼 … 줄줄이 퇴짜 맞는 새 직업

중앙일보 2014.09.02 00:30 경제 1면 지면보기
#“손예진씨 보러 왔어요.”


[이슈추적] 규제·관행에 가로막힌 창조경제
문체부·복지부·여성가족부
해외서 검증된 인기 직종도
이런저런 이유로 "수용 불가"
현장 수요 중심 판단 아쉬워

 1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있는 한 화장품 전문점 앞. 외국인들로 보이는 30여 명이 카메라를 들고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손예진 팬사인회 때문이었다. 맨 앞에 서 있던 40대 후반의 일본인 관광객은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을 “12년 된 손예진씨의 팬”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극장 개봉 인사를 볼 수 있도록 5~6명 단위 소규모로 극장안내를 해주는 관광상품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인 이 찾는 곳 가고 싶어요.”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부침개 골목. 일본인 마나베 유미(26)와 동갑내기 친구 니시오 가오리를 만났다. 3박4일 일정으로 자유여행을 온 이들은 광장시장 녹두전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마나베는 “광장시장에 한국 사람들이 부침개를 먹으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찾아왔다”며 “싸고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2명의 여동생과 함께 가족여행을 온 대만 관광객 웡지아리(24)는 “이화여대 앞이나 비원처럼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안내해 주고 한국 문화를 알려 주는 여행 안내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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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은 최근 매년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에 맞춰 신(新) 직업인 ‘투어버디(1인 관광안내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단체여행보다 개별여행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개별 외국인 관광객에게 맞는 맞춤여행을 1인 관광안내사를 통해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1217만여 명. 이 중 단체여행은 27.7%에 그쳤지만 개별여행은 66.2%에 달했다. 2012년(64.4%)보다 개별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투어버디’란 새 직업을 만들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관광산업 활성화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추진단의 이 아이디어는 관계 부처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문체부는 “사무실이나 자본금 없이 사업을 하면 영세업자 난립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외국인들의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해 주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국토해양부는 ‘교통안전’을 반대의 근거로 댔다. “현행법상 차량점검이나 교육 의무가 없어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이성태 연구위원은 “이미 1인 관광안내사업이 활성화된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처럼 여행상품을 다양화해 시장을 키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가 난색을 표하는 신직업은 또 있다. 미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척추교정사(카이로프랙틱)’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을 오랜 시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거북목 증후군’과 같은 질병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카이로프랙틱은 의료시술이나 약물 없이 이런 질병을 치료하는 대체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스포츠 재활치료나 교통사교 후유증 치료를 위해 미국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사용된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추진단은 척추교정사를 새로운 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의견을 구했지만 이 역시 ‘수용불가’ 통보를 받았다. “제도 도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나 창출 가능한 일자리 수를 고려하면 새로운 면허를 신설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개업 물리치료사란 일자리를 만들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는 “부작용이나 합병증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며 반대했다.



 결혼식장, 신혼여행지, 혼수와 예단까지 한번에 알아봐 주는 ‘웨딩플래너’에서 착안한 ‘육아컨설턴트’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부를 겨냥해 산후조리원부터 백일잔치·돌잔치를 알아봐 주고 육아 조언까지 가능한 새 직업을 만들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훈련과정을 편성해 지방자치단체 시범사업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신직업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부처의 의견을 받았지만 지금 당장 안 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규제만 풀 것이 아니라 투어버디처럼 부처의 보신주의 때문에 발이 묶인 일자리 창출 방안을 진취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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