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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해외투자 발목잡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중앙일보 2014.09.02 00:27 경제 11면 지면보기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는 정책이 ‘아베노믹스’라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우리 정부의 정책을 ‘최경환노믹스’라고 할 수 있다. 경기부양 정책은 거시정책이 일반적이지만 최경환노믹스는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같은 미시적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경제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지만 단기간의 성과에 집중하느라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 없이 강행된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그 중에서도 당장 내수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과세 대상이 된, 투자임에도 투자라고 부를 수 없는, 기업의 해외투자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1968년 산림개발을 위한 인도네시아 투자에서 시작된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는 2000년 53억 달러에서 지난해 295억 달러로 급증했다. 대기업은 해외 투자를 통해 판매 시장을 확대하고 생산기지를 마련한다. 중소기업에게도 해외 투자는 생산비 절감은 물론 다른 나라의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일부에선 해외 투자가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일으켜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해외 진출 효과는 단순히 기업 단위로 평가할 수 없다. 해외직접투자는 수직적 연관관계를 가진 국내 생산의 증가를 가져온다. 또 대기업의 해외진출은 중소·중견 협력기업의 국내 고용과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동반진출로도 이어진다. 중국이 지속적인 내수 성장을 위해 기업의 해외투자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비 증가와 함께 기업의 투자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징벌적인 과세를 통해서가 아니라 규제개혁을 비롯한 기업환경 개선을 통해 우리 기업 및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증가가 동시에 이루어져 한다. 먼저 2013년 122억 달러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싱가포르의 637억 달러, 홍콩의 732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시키기 위해선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는 ‘리메이킹 어메리카(Remaking America)’라는 제조업 재건정책을 통해 조세혜택과 이전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애플과 GE를 포함한 약 100여개 제조 기업의 본국 이전이 일어나고 있다.



 올 3월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세부과제 중의 하나로 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하는 정책을 소개하였다. 그러나 약 5개월 이후 발표된 2014 세제개편안에는 해외 투자를 투자로 인정하지 않는 기업소득환류세제뿐만 아니라 기업의 해외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간접외국납부세액 공제의 축소가 포함되어 있다. 해외투자에 대한 정책의 엇박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투자와 해외투자를 제로섬으로 인식하기보다 기업의 해외 투자를 촉진하여 글로벌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고, 기업환경 개선을 통해 국내 및 외국 기업의 우리나라 투자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일관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향후 진행될 세제개편안 논의과정에서 해외투자에 대한 인식변화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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