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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 창조경제에 도움”

중앙선데이 2014.08.31 00:27 390호 12면 지면보기
김춘식 기자
환경 문제에 있어 2015년은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다. 온실가스 규제의 기본 규범이었던 교토의정서 체제가 막을 내리고 내년에 새로운 틀이 마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체제의 기본 골격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 앞둔 GGGI 이보 드 보어 총장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계적인 기후변화 전문가인 이보 드 보어(사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을 27일 만나 온실가스 규제 및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유엔 정상회의의 현안은.
“내년 12월 파리에서 국제회의가 열려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협약을 맺는다. 이 협약이 효력을 가지려면 모든 당사국이 논의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이것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마련될 예정이다. 가장 높은 수준에서 파리 협약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사전 타협이 이뤄지는 셈이다.”

-특징이라면.
“전 세계 주요 기업인들도 참여해 대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할지도 상의한다. 정치는 물론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기후변화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오염물질 축소 기술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합리적인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기술 개발은 민간 부문에서 이뤄지며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다. 이런 기술을 민간 부문에서 뺏어다 거저 준다는 게 말이 되나. 물론 에이즈 신약 기술 같은 건 인도적 차원에서 싼값에 제공하는 게 옳다. 그러나 다른 기술까지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도리어 선진국 기업들로 하여금 후진국에 투자해 필요한 기술을 얻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다.”

-기업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게 만들려면.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뭔지 확실하게 알려 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 스스로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창조경제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반대인지 깨달을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 과소비형에서 절약형으로 가야 한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창조경제를 많이 이야기해 왔다. 지식기반산업은 전통산업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훨씬 적다. 이 나라 경제가 한국인의 근육이 아닌 한국인의 두뇌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내년에 한국에도 시행될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움이 될까.
“그럴 수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탄소배출 비용이 적절하게 부과될 거다. 현재 한국 전기료는 워낙 싸 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합당한 비용을 내지 않는 셈이다. 만약 전기료가 적절하게 책정되면 소비자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이점은.
“불가능했던 일도 가능해진다. 예컨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대기업에 제시했다 치자. 기존 설비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구형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낡은 설비를 버리고 새 걸 사는 수밖에. 그러나 거래제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사들이면 노후 장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 수 있다. 끝으로 기업으로선 또 다른 수입원이 생기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녹색성장정책의 최대 문제는.
“대통령 임기가 5년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녹색경제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환경정책은 초기엔 엄청난 비용이 들고 혜택은 한참 후에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모든 정치인이 환경정책의 결실을 못 기다리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거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빨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단기 처방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우선 초당적으로 필요한 환경정책을 채택하면 된다. 호주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오락가락했다. 초당적으로 제도가 도입되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아무 이상이 없다. 이어 법제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법으로 만들면 고치기 어렵다.”

-에너지와 관련해 또 다른 문제점은.
“개인적으로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에 집중 투자하지 않는 사실에 다소 실망하고 있다. 1970년대엔 비디오테이프의 표준이 되기 위해 소니 베타맥스, JVC VHS, 필립스 Video 2000 등 세 업체가 싸운 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지금은 친환경 차량의 표준을 놓고 ‘배터리전기차(BEV)’와 ‘수소연료전지차(FCV)’로 양분돼 경쟁하고 있다. 현대차는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FCV에 집중 투자해 왔다.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에선 BEV 쪽으로 대세가 기운 느낌이다.”

-한국의 친환경 차량의 전망이 어둡다는 얘긴가.
“실망하긴 이르다. 이쪽 분야에는 기술 혁신의 기회가 충분히 있다. 비록 전기차 분야에서 처지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배터리 기술은 뛰어나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런 기술들을 전기차 산업에 접목시킬 수 있다.”



이보 드 보어 195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출신의 환경전문가. 네덜란드 환경부 차관보를 지냈으며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과 KPMG 기후변화 부문 대표도 역임했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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