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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기도와 응답

중앙선데이 2014.08.31 02:37 390호 27면 지면보기
기도하는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인간은 기도한다. 그렇다면 그 기도는 도대체 얼마나 응답이 되는가? 확실한 대답은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응답되는 경우보다는 응답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기도를 중단하느냐? 기도를 포기하느냐?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성경에는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 이유를 다양하게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욕을 채우기 위해 잘못 구하는 경우다. 라스베이거스가 세상에서 기도를 제일 많이 하는 도시라고 하는데, 과연 그 중 얼마나 응답이 되겠는가? 둘째는 기도를 막는 게 있는 경우다. 대표적인 게 미움이나 원망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화목하지 못했을 때 그것이 기도의 응답을 막는다. 그러므로 기도의 응답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먼저 남의 용서를 빌고 남을 용서해야 한다. 이를 건너뛸 순 없다. 우리 조상들도 나라에 가뭄이 들면 죄수들을 풀어줬다고 하는데, 이는 억울한 사정 때문에 하늘이 문을 닫았을까 염려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다면 이는 하나님의 주권에 의한 것이다. 하나님이 “No” 혹은 “기다려”라고 말씀하는 경우다. 부모는 자녀가 조르는 걸 다 들어주지 않는다.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게 해달라고 조를 때, 밤 늦게 인터넷 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조를 때, 몸에 해로운 간식을 사달라고 조를 때 부모는 거절한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자식에게 이롭고 해로운지 부모는 안다. 문제는 자식들은 그것을 모른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면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과 다툼이 발생한다. 이 갈등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 자녀가 커서 부모가 돼봐야 그제서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나님은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리라고 했다. 좋은 것을 결정하는 분은 하나님이다.

영화 ‘벤허’에서 로마 해군제독은 자신이 섬기던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지만 응답 받지 못한 경험 탓에 종교와 신에 대해 냉소적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벤허가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는 걸 매우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는 “네 고집스러운 믿음은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벤허는 “만일 하나님이 나를 버렸다면 이제껏 나를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들이 망망대해를 떠돌다 로마 해군에 의해 구조된 뒤 로마 제독은 “너의 하나님이 너를 살려주기 위해 로마 해군까지 살렸다”고 했다. 벤허의 믿음이 로마 제독의 생명뿐 아니라 그의 영혼까지 살린 것이다.

기도가 응답되지 않을 때 인간은 여러 아픔을 경험한다. 소원하는 게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아픔도 있고 믿음이 흔들림으로 인한 아픔도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하나님을 의지했던 게 다 헛된 것이었나 싶어 번민하고 “하나님은 어디 계시냐”고 묻기도 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도 동일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욥도, 다윗도, 아브라함도, 심지어 예수님마저도 십자가 상에서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쳤다.

참된 신앙은 이런 혹독한 시련을 통과하고 극복한 뒤 맺어지는 것이다. 만일 신앙의 경험에 이런 아픔과 번민만 존재한다면 인간은 벌써 오래 전에 신앙을 버렸을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것이 존재했기에 버리지 않은 것이다. 울면서 씨를 뿌린 뒤 기쁨으로 단을 거둔 적이 있기에 신앙은 살아남은 것이다.



김영준 예일대 철학과와 컬럼비아대 로스쿨, 훌러신학교를 졸업했다. 소망교회 부목사를 지낸 뒤 2000년부터 기쁜소식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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