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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선처를" 범 삼성가 해원의 탄원서

중앙일보 2014.08.28 20:17 종합 12면 지면보기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범(凡)삼성가’가 수감 중인 이재현 CJ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섰다. 2년여에 걸친 법정 다툼으로 사이가 틀어졌던 삼성·CJ의 관계가 해빙무드로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라희여사·이재용 부회장 포함
이인희 고문·이명희 회장이 주도
이 회장 모친·부인 도움 요청에 삼성·한솔·신세계 모두 한목소리

 28일 재계·법조계에 따르면 범삼성가는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권기훈)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명단에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 고문과 막내딸 이명희 회장 외에 차녀 숙희씨와 삼녀 순희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 회장의 둘째 형 고(故) 이창희씨의 부인 이영자씨도 포함됐다.



 이들은 이재현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고 지금의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 낼 수 없으므로 선처해 달라는 내용을 탄원서에 담았다. 또 회장의 부재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투자 타이밍을 놓쳐 CJ그룹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달라는 내용도 적었다.



 이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은 “집안 문제여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며 “가족 간의 정리(情理·인정과 도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를 생각해 선처를 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가 관계자는 “건강이 위태로운 이재현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건 가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며 “그런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CJ 핵심 관계자는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가족 간 갈등의 소지를 해소하는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화해의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재계 단체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문제도 이젠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탄원서 제출에는 범삼성가의 여인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처음에는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CJ 고문과 부인인 김희재씨가 범삼성가 여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이인희 고문과 이명희 회장이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삼성가의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명희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건강에 대해 염려해 왔으며, 지속적으로 그의 건강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지난 2월 소송 종결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던 삼성과 CJ가 이번 탄원서를 통해 화해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삼성·신세계·한솔 등 범삼성가가 이재현 회장의 선처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이건희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부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소송전이 마무리되면서 이건희 회장은 대리인을 통해 “가족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가족 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맹희 전 회장 역시 “소송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과 26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의 연장 거부로 수감됐다가,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이 회장은 다음 달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상태다.



김영민·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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