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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0년 넘은 하수관 5000㎞ 6년간 특별점검

중앙일보 2014.08.28 20:10 종합 4면 지면보기
서울시가 내년에 예산 2200억원을 노후 하수관 교체와 정비에 투입키로 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서울시내 도로함몰 3119건(10㎝ 이상) 중 2636건(85%)이 노후 하수관 손상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심각하게 낡은 5000㎞의 하수관 전부를 특별 점검키로 했다. 연평균 약 680㎞씩이다. 시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서울시 도로함몰 원인조사 및 특별관리 대책’을 28일 발표했다.


내년엔 교체·정비 2200억원 투입
국토부와 ‘땅속 족보’도 만들기로
1조 예산 들고 정밀조사 쉽지 않아

 대책엔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지하시설물뿐만 아니라 지질·지하수 정보를 망라한 땅속지도를 구축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도로함몰지도를 구축해 지반 침하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든다.



 이건기 제2부시장은 “시내 도로함몰은 2010년 435건에서 2011년 573건, 2012년 689건, 2013년 854건, 2014년 7월까지 568건으로 매년 29% 정도 늘고 있다”며 “원인의 대부분은 하수관 노후로 인한 파손”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하수관리 모델로 삼은 건 일본 도쿄다. 우리와 비슷한 하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도쿄는 매년 1000건 안팎의 도로침하가 발생한다. 도쿄도청에 따르면 특정 지역 하수관은 30년이 넘는 시점부터 도로침하가 급격히 늘어난다.



 서울 하수관(1만392㎞) 중 48%(5023㎞)가 30년이 넘었다. 더 큰 문제는 노후 하수관이 도심에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환경공단 최익훈 하수도지원처장은 “올림픽 이후 둔치를 따라 묻은 하수관은 노후화가 심각하지 않지만 도심에 묻은 것은 매우 오래됐다. 도로함몰도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내년도에 편성키로 한 예산(2200억원)은 올 하수관 정비예산(1183억원)의 거의 두 배다.



 하지만 향후 6년간 시내 하수관의 절반에 이르는 분량을 정밀 조사하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생활하수가 24시간 흐르는 서울의 여건상 CCTV를 활용한 정밀조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의 연간 하수도 정밀조사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예산도 서울시만의 힘으론 확보하기 힘들다.



 하수관리팀 최승각 주무관은 “2018년까지 하수도 보강에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정부가 연간 1000억원은 보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용어정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도시안전실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는 ‘싱크홀(sinkhole)’이 아닌 ‘도로함몰’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석회암 지대가 지하수에 녹아내려 지표면에서 지하까지 거대한 구멍(싱크홀)이 발생하는 해외의 재난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서울시 지반침하의 원인이 하수관 누수나 부실시공과 같은 유지관리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름 2m 이상 함몰은 21건으로 3% 미만이다. 서울시가 용어정리에 신경 쓴 건 국내 지반침하가 공포의 대상이 아니며 통제 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석촌지하차도 동공은 삼성물산 책임=서울시 민간조사단(단장 박창근 관동대 교수)이 밝힌 석촌지하차도 대규모 동공의 원인은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부실시공이었다. 박 교수는 “(해당 지역인) 919공구는 충적층(모래·자갈)으로 삼성물산이 지반침하를 대비한 현장조치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조치가 미흡해 동공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지표면을 파내지 않고 지하에서 원통형 기계인 실드 TBM(Tunnel Boring Machine)을 돌려 굴을 뚫어 나가는 실드공법은 토사량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등한시해 지반이 불안정해졌다는 게 조사단의 지적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애초 예측한 굴착량 2만3842㎥보다 14% 많은 2만7159㎥의 토사를 파냈다. 삼성물산 김형 부사장은 이날 서울시 기자회견에 참석해 “서울시 발표내용을 존중한다. 책임지고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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