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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섭취 권장기준' 절반으로 낮춘 WHO 가이드라인 논란

중앙일보 2014.08.28 16:30




단 것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5학년 이현지(11) 양은 평소 아침에 요구르트 한 개와 우유 한잔을 기본으로 먹는다. 1주일에 2∼3차례 이상 도넛 파이 같은 걸로 간식을 한다. 이때 주로 콜라를 함께 마신다. 가끔 가족끼리 회식을 할 때도 탄산음료를 주문한다. 과자류도 자주 먹는다. 26일엔 친구 생일이라 함께 제과점에서 가서 팥빙수를 하나 주문해 같이 먹었고, 이어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작은 사이즈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이양이 이날 섭취한 당분은 어느 정도일까? 최소 125g 이상이란 계산이 나온다. 만약 이양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새로 제안한 당(糖) 섭취 권장기준(하루 25g)에 따른다면 5배나 더 섭취한 셈이다.



식품의 제조나 조리 과정에서 첨가되는 설탕 등 단당류나 이당류(첨가당이라 함)를 통해 섭취하는 열량이 하루 총 섭취 열량의 10%를 넘지 못해야 한다는 것이 WHO가 2002년 발표한 당 섭취기준. 이는 하루에 총 2000㎉의 열량을 섭취할 경우 첨가당을 50g 이하 섭취하란 의미다.



당류는 설탕, 액상과당(요리당) 등 첨가당과 과당(과일), 유당(우유) 등 천연당으로 구성된다.



그 후 WHO는 일부 소비자단체들로부터 당 권고기준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일부에선 WHO의 당 권고기준이 ‘비극’(tragedy, 영양을 망치는)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에 따라 WHO는 지난 3월 5일“하루 당 섭취량이 전체 섭취 열량의 5%를 넘기지 말 것”을 권고하는 새로운 당 섭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당 섭취 권고기준을 기존의 절반으로 낮춘 것이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우리는 외국에 비해 당류 섭취량이 높지 않다”는 내용의 공문을 4월 8일 WHO에 보냈다.



식약처 권오상 영양안전정책과장은 “당 섭취기준을 절반으로 낮춘 WHO의 새 가이드라인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오래 전에 조사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과학적 근거도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선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초일 박사는 “최근 4년의 조사결과 우리 국민의 당(첨가당을 의미) 섭취량은 총 섭취열량의 7.1%였다”며 “5%로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든 목표”라고 식약처의 입장에 동조했다.



당 섭취 기준 5%로 낮추기는 WHO의 강력 권고(strong recommendation)이 아닌 조건부 권고(conditional recommendation)란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연령대에서 WHO의 기존 당 섭취기준(10% 이하)을 초과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박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근거로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3명 중 1명이 이미 당 섭취가 10%를 넘고 있다. 한국인의 23.4%(남성 23.2%, 여성 23.6%)가 WHO의 기존 당 섭취 기준(10% 이하)을 이미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심포지엄에선 5%로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대한영양사협회장)는 “나트륨의 경우에도 WHO가 권장한 하루 2g 이하는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힘든 목표였지만 이 권고기준을 따른 결과 나트륨 섭취를 줄이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권장 기준은 현실성보다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를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도 “당 섭취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인의 비만도가 서양인보다는 훨씬 낮은데도 당뇨병 환자가 서양 수준인 것은 지나친 탄수화물(당) 섭취 때문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또 과다한 당 섭취는 비만과 치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HO가 새로 권고하는 당류 섭취 기준을 맞추려면 설탕뿐 아니라 액상과당ㆍ꿀ㆍ과즙ㆍ시럽 등 식품에 첨가하는 당을 최대한 적게 먹어야 하므로 식품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CJ제일제당 소재연구소 김성보 감미료팀장은 “당의 적절한 섭취는 영양적으로 필수적이나 과량 섭취를 줄이기 위한 당류 저감화 추세도 큰 흐름으로 이해한다”며 “당류 저감화를 위해선 대체 감미료(당)에 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하며 앞으로 업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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