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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관계의 변화가 한국에 미칠 영향

중앙일보 2014.08.28 15:48
“중국은 체제 모순으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 “중국의 일당체제는 한국의 국회 민주주의만큼이나 정당성이 있다.”



27일 서울 양재동에 있는 국립외교원 국제회의실에서는 미·중을 보는 시각이 각기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진행한 라운드테이블 토론 ‘2014 IFANS DEBATE’에서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정재호 서울대 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이 토론자로 나섰고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이 사회를 봤다. 미중관계의 변화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이들의 견해를 소개한다.



-미중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한 평가는?

▶천영우 이사장(이하 천)=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큰 위협은 역내 패권 세력이었다. 따라서 한국에 큰 위협은 현재 100여년 동안의 쇠퇴를 마무리한 중국의 부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50년 사이 큰 변화는 우리에게는 패권 세력이 등장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옵션, 즉 한미동맹이 생겼단 것이다. 한국 역시 이전과는 국제적 위상과 국력이 전과 다르다. 미중간 전략적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미중은 물론 동북아 전체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지금과 같은 시기는 사실상 최초다.



▶정재호 소장(이하 정)=사실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신의 영역이다.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에서 미래를 예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 10년 동안 미중은 각기 자국의 정책 선호를 따라달라는 압박을 점점 강하게 가하고 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현안들이 당장 다가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가 다뤄야 할 이슈는 국익이다. 좋은 정책을 실행에 옮기려면 국민적 합의가 있는 국익과 핵심이익에 대한 고민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이희옥(이하 이)=19세기 이후로 우리나라의 외교는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20~30년 내에 중국이 종합국력에서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본다면 미중이 힘의 균형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미중이 갈등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이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도입 등의 현안을 놓고 우린 여전히 미국 때문에 안된다, 중국 때문에 안된다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대응한다. 미중은 각기 확고한 한반도 정책을 갖고 있는데, 정작 한국의 대중정책과 대미정책은 명확하지가 않다.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중일 모두 국내정치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인가?

▶천=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을 추월하기는 힘들 것이다. 경제발전이 가속화할 수록 당에 의존하지 않는 인민들의 수가 늘어날 것이고, 더 많은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생겨날 것이다. 양극화, 소수민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지금과 같은 일당독재체제가 유지될까. 큰 나라일수록 위협을 잘 다루지 못하면 허수아비처럼 무너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민주화 등 통해 비용을 지불한 문제이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이 미국을 곧 압도할 테니 지금부터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식의 주장에는 동조할 수 없다.



▶정=향후 아시아의 질서는 중국 주도로 짜여질 것이다. 통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중국의 부상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중국 경제의 거품이 꺼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지만 중국 경제는 지금도 세계 평균 성장률의 3배씩 성장할 정도로 지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30년 정도 되면 미중의 군사력도 비등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미중경쟁에서 관건은 중국이 내적으로 자신을 잘 관리해갈 수 있는지 여부다. 중국이 통일왕조하에 있던 기간은 57%밖에 되지 않고, 중화인민공화국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중국이 다른 국가들이 수용할 만한 규범과 표준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중요한다.



▶이=동아시아 차원에서 보면 미국이 과거와 같은 안정적인 지역 질서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주창하는 가치가 주변국에 매력적으로 어필하지도 못한다. 이에 따라 개별 국가가 하위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하위 질서가 상위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이 2~3년 내에 민주 체제로 전향할 가능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지속가능한 체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중국은 스스로 체제의 함정을 잘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당이 국가를 만든 체제이고, 당이 기본적으로 국민의 지지와 위임을 받은 것이라고 간주한다. 서구식 생각처럼 억압과 통제 속에 당국가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라면 벌써 몰락했을 것이다. 중국은 체제 정당성 확보의 방법이 다르다. 그리고 지금의 당체제가 우리나라의 국회 민주주의만큼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처방향은?

▶이=우리 외교는 안보에 갇혀있다. 외교를 안보로부터 해방시켜야 상상력도 제약되지 않는다. 미중 사이 각축전이 벌어지는 아세안 국가들을 보면 국가 이익과 지역 이익을 잘 조정하고 있다. 지역 연대를 통해 미중간 이익이 모순되는 상황을 타개하기도 한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는 선순환으로 만들 수 있다. 한미동맹 틀 안에 한중관계를 넣어버리면 한중관계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한중 트랙을 동시에 돌려야 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 인사들과 회의할 때 “한미동맹은 한중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 그런 이야기 그만 하라고 한다. “그럼 한국이 미국에 가서 한중관계가 한미동맹에 위협 안된다고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미중관계는 아무리 협력이 많다고 해도 앞으로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산에는 호랑이 두 마리가 살 수 없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하지만 태평양은 넓어서 미중 모두를 보담을 수 있다”고 했다. 우호적인 맥락에서 한 말이겠지만, 바꿔 생각하면 미국 지도자 앞에서 중국 지도자가 태평양을 나눠갖자고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동북아만 보면 이미 미중 사이 힘의 격차는 많이 좁혀져 있다. 갈수록 엄청난 빈도와 충격으로 미중관계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국익을 고민하고 규정하는 진지한 담론이 있어야 한다.



▶천=외교를 안보에서 해방시키자는 이야기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심각한 안보 위협을 받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외교의 핵심도 안보다. ‘안보는 한미동맹, 경제는 한중관계’라는 식으로 양분하고 어느 한쪽을 희생시키는 선택은 맞지 않다. 중장기적 전략과 경제적 이익에 합치되면 미국과 얼굴 붉히더라도 추진해야 하고, 북핵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 수단이라면 중국 멱살을 잡더라도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한다. 허락 맡거나 양해 구할 일이 아니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최우선 이익으로 두고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 충돌이라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싸워서라도 관철할 생각을 해야 한다. 상대방이 납득한다면 다행이고, 납득 못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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