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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의 역습 … 땅밑 컨트롤타워 만들자

중앙일보 2014.08.28 02:30 종합 1면 지면보기
대구시 중구 신남역 인근 도로(18일), 서울 서초대로 한복판(22일),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23일), 대구시 수성구 도로(26일).


땅꺼짐 75% 낡은 하수관 탓
연 5만t 흙 쓸려가 동공 생겨
지하 난개발 예방시스템 필요

 최근 일주일 사이 서울과 대구·광주 등 대도시에서만 4개의 싱크홀(sink hole)이 잇따라 발생했다. 대구에선 두 차례나 싱크홀로 인한 지반침하가 일어났다. 수성구 황금동 4차로 도로에 난 싱크홀은 지름 1m, 깊이 60㎝였고 중구 신남역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선 2000년 지하철 건설공사 당시 대형 붕괴사고가 일어났었다. 서울 서초대로에선 가로 1.5m, 세로 3m의 지반침하가 일어나 주행 중이던 승합차의 앞바퀴가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를 포함해 2012년 1월~올해 7월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70곳에 이른다.



 대도시 주민들이 싱크홀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석촌호수 인근에서 잇따라 발견된 싱크홀과 80m 길이의 대규모 동공(洞空·텅 비어 있는 공간)은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송파구 주민에겐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인근 123층(555m) 제2롯데월드 건축과 맞물리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려워하기보다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는 대부분 낡은 하수관이 파손돼 흘러나온 물이 땅속 흙을 쓸어가 빈 공간이 생기고 이게 내려앉으며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싱크홀 70곳 중 원인이 하수관 누수인 게 53곳이었다.



상수도와 지하수 유출, 난개발의 부작용도 싱크홀 발생 원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석촌역 지하차도 밑 대형 동공은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발생했다. 경복대 우종태(건설환경학) 교수는 “ 국내 지반침하는 예측·관리가 가능한 인재”라며 “상하수관· 지하철 등 도시의 뿌리인 지하세계는 지금껏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내의 지하세계는 방치돼 왔다. 하수관리부터 엉망이었다. 환경부는 27일 “2012년 하수도 1만629㎞(전체의 약 10%)에 쌓인 흙과 쓰레기를 퍼냈더니 44만6997t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약 10년간 쌓인 양으로 추산된다. 준설 작업을 진행한 동영이엔씨 이창승 대표는 “낡은 하수관의 경우 1m당 최대 10㎏의 땅속 흙이 관 속으로 쓸려 들어오기도 한다”며 “연간 5만t의 땅속 흙이 유실돼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땅속엔 하수관 외에도 다양한 시설이 밀집해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지하철 327㎞, 지하도 38㎞, 상수도 1만3758㎞, 하수관 1만531㎞, 가스관 9135㎞, 전력공급선 3442㎞가 지하에 묻혀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현윤정 박사는 “수십 년간 난개발로 어지럽혀진 지하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땅속지도와 개발족보를 만들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인식·강기헌·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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