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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김포공항·연세대 불꽃감지기도 불량

중앙일보 2014.08.28 02:02 종합 12면 지면보기
경복궁과 김포공항 등 국가 주요문화재·시설물 100여 곳에 불량 불꽃감지기가 납품된 사실이 소방방재청 조사를 통해 추가로 확인됐다. 불꽃감지기는 대형 화재를 막기 위해 작은 불꽃을 감지해 관할 소방서로 자동 통보하는 고가의 첨단 방재시스템이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숭례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핵심시설 200여 곳에 불량 불꽃감지기가 설치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중앙일보 8월 7일자 10면


전국 337곳에 불량품 설치 확인
소방방재청 등 긴급 대책회의
소방서에 '모든 시설 조사' 공문

 27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불량 불꽃감지기를 납품한 K사 제품이 설치된 곳은 전국적으로 337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곳 중에는 경복궁(서울 종로)·수덕사(충남 예산) 같은 문화재, 연세대·고려대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등 86개 학교, 김포공항 내 해양경찰항공대 격납고·인천 아시아나항공 격납고 등 공항 시설물이 포함돼 있다.



 소방방재청 조사 결과 K사는 불꽃감지기에 장착된 센서의 감도(感度·외부 자극을 느끼는 정도)가 낮아지도록 관련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뒤 현장에 설치해 왔다. 또 일부 제품은 설계된 대로 신형 센서를 장착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의 성능시험을 통과한 뒤 실제 납품을 할 때는 다른 구형 센서를 장착하는 방법으로 제품을 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25일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 한국공항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과학기술원 등 20개 관계기관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소방방재청은 해당 기관들에 불량 불꽃감지기 현황과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불량 불꽃감지기를 교체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숭례문과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불꽃감지기는 최우선적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소방방재청은 또 전국의 일선 소방서에 ‘관할 지역 내 문화재·기업시설 등에 설치된 K사 불꽃감지기를 확인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K사가 불량 불꽃감지기를 전국에 유통해온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K사의 불꽃감지기를 설치·보유한 기관(단체 등)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소방방재청이 자체 조사한 K사 불꽃감지기 설치 기관 목록과 불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안내서도 공문에 첨부했다.



 하지만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K사는 사실상 파산 상태다. 이 때문에 K사는 불량제품에 대한 AS와 손해배상 같은 사후처리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관계기관 긴급회의에서는 K사에 대한 손해배상 등도 논의됐다고 한다.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은 K사 제품뿐 아니라 타 업체 제품도 불량일 가능성 높다고 판단, 타 업체 불꽃감지기도 수거해 시험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5년간 K사가 전국에 납품한 불량 불꽃감지기가 2만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회사 관계자 3~4명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채승기·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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