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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자연, 그 비밀] 한강에 '명량'있다 … 바닷물 역류 때 노들섬서 물회오리

중앙일보 2014.08.28 01:58 종합 14면 지면보기
대조기를 맞은 12일 아침 한강물이 신곡 수중보 하류(오른쪽)에서 상류(왼쪽)로 거슬러 흐르고 있다. 수중보 기둥에 부딪힌 강물은 하얀 거품을 내고 있다. 신곡 수중보는 한강 하류 김포대교 인근에 있다. [김경빈 기자]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명량(鳴梁)’의 관람객 수가 1600만 명을 넘었다. 흥행 돌풍 속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도 관심의 대상이다. 영화의 무대가 된 울돌목이다. 밀물과 썰물 때 조류(潮流)가 294m의 좁은 물길을 통과하는 곳이다. 초속 6.5m에 이르는 급류가 암초에 부딪혀 소리를 내며 돌아나간다고 해서 울돌목이다.

조수 간만 차 가장 큰 보름·그믐날
서해 밀물 잠실 수중보까지 도달
1년 중 8·9월 역류현상 가장 뚜렷
올 추석 아침에 가면 볼 수 있을 듯



 인구 1000만 명이 모여 사는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한강에서도 ‘작은 울돌목’을 볼 수 있다.



 지난 11일 오전 8시 한강을 가로지르는 한강철교 아래 교각에 거센 강물이 와서 부딪히고 있었다. 상류에서 많은 물이 내려올 때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방향이 달랐다. 물이 부딪히는 곳은 교각의 상류 쪽이 아니라 하류 쪽이었다. 강물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류(逆流)현상이었다.





 이튿날 오전 오전 7시 경기도 일산과 김포공항 사이의 김포대교. 다리 서쪽 아래로 내려보이는 신곡 수중보(水中洑)를 넘어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는 물살이 관찰됐다. 하얀 물거품이 선명하게 눈에 보일 정도로 물살이 세찼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소속인 신곡 수중보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밀물 때, 특히 사리(대조기) 때에는 신곡 수중보를 훌쩍 넘는 바닷물이 밀려든다”고 전했다. 음력 보름과 그믐의 대조기 때 인천 앞바다의 만조·간조 바닷물 높이 차이는 10m 안팎이나 되고, 만조 때 밀려든 바닷물은 신곡 수중보보다 2m 높게 넘친다는 얘기다.



13일 중국 첸탕강에 몰려든 관광객들이 조수해일에 몸을 피하고 있다. 매년 8월 관광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을 찾는다. [AP=뉴시스]
 신곡 수중보를 넘은 바닷물은 25㎞ 상류의 한강철교를 지나고, 다시 18㎞ 상류에 위치한 잠실 수중보까지 영향을 준다.



 잠실 수중보 관리사무소 관계자도 “밀물이 닥치면 잠실 수중보 아래 수위가 1m 이상 올라간다”며 “바닷물고기가 여기까지 올라온다”고 말했다. 바다에 사는 괭이갈매기가 원효대교 같은 한강 다리 위 가로등에서 목격되는 이유도 이런 물고기를 노리기 때문이다.



 한강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의 다른 강과 하천들처럼 조수의 영향을 받는 감조하천(感潮河川·tidal river)이다. 남미 아마존강이나 중국 항저우(杭州) 첸탕(錢塘)강도 마찬가지다.



이런 감조하천에서는 하구(河口)가 깔때기 모양으로 좁아지는 곳에서 바닷물이 거세게 밀고 들어와 마치 해일이 닥친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조수해일 또는 해소(海嘯)라고 부른다. 아마존강의 물마루 높이는 5m, 첸탕강은 3m가 넘는다. 첸탕강에선 매년 8월 해소 높이가 가장 높아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종종 해소에 휩쓸리는 인명사고가 발생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하천해안연구실장은 “한강은 강화도가 가로막고 있어 해소현상이 강하지는 않아도 드물게 관찰된다”고 말했다.



  인천의 조수간만 차이가 10m가 되면 한강대교에서 역류하는 바닷물의 양이 초당 4000~4500㎥에 이른다. 인천에서는 8~9월에 조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인천 앞바다가 만조 3~4시간이 지나면 한강대교 부근에서도 역류현상이 최고조에 이른다.



 이 같은 바닷물 역류현상으로 인해 한강물이 맴돌면서 흐르기도 한다. 팔당댐 방류량이 초당 150㎥ 이하 일 때 한강대교 노들섬 남쪽에서는 하류로 강물이 흐르지만 섬 북쪽에서는 강물이 역류한다. 이로 인해 노들섬을 중심으로 강물이 빙빙 돌게 된다.



 다음 달 8일 추석(음력 8월 15일) 물 때에 맞춰 아침에 가족들과 ‘한강의 울돌목’을 찾아 역류현상을 관찰하면 어떨까.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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