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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 박사의 건강 비타민] '젊은 암' 초점 맞춘 진단·치료 기준 … '100세 시대' 엔 다양해져야

중앙일보 2014.08.28 01:57 종합 18면 지면보기
정현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김모(83·서울 양천구)씨는 2011년 건강보험공단에서 암 검진 안내문을 받고 검진을 받았다. 위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 뒤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재발 여부 등을 체크한다. 부인과 사별해 병원에 혼자 온다. 그는 병원에 올 때마다 “다니기가 힘들어요. 언제까지 다녀야 합니까”라고 묻는다. 김씨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를 받으러 오는 고령의 암 환자 중 적지 않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불편하고, 서울로 올라오기 힘들어서 그만 다니고 싶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이모(85·서울 성북구)씨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 역시 건강검진에서 위암을 발견했으나 치료를 포기하고 통증 관리만 받다가 22개월 뒤에 사망했다.



 80세 이상 초고령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들 노인의 암도 증가한다. 1995~2009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병원을 찾은 위·대장·폐·간 등의 6대 암 환자 5만1018명 중 80대 이상은 2498명(4.9%)이다. 위나 전립샘 암 환자가 많다. 80대 암 환자 중 상당수는 건강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은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50~60대에 암 치료를 받고 20년 이상 병원에 다니는 사람도 많다. 암 진단을 받고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암 환자는 68만4000여 명(2011년)에 이른다. 곧 100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70대 이하 연령층은 건강검진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런데 초고령 노인도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조기검진을 하고, 암이 나오면 수술하고, 수술 뒤 계속 검사를 해야 할까. 과거에는 이씨처럼 암이 발견돼도 통증 관리만 받다가 사망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김씨처럼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다. 몇 살까지 암 조기검진을 받아야 할지 정해진 기준이 없다. 가령 국가에서 권고하는 암 조기검진 시작 연령(40세) 기준만 있을 뿐이다. 자궁경부암(만 30세), 대장암(만 50세)만 약간 다르다. 가급적 늦게까지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80~90세 암 검진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몇 살까지 암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현재 대형 병원들은 대체로 75세까지는 적극 치료하고, 76~80세는 전신 건강이 뒷받침되면 치료한다. 81세 이상은 치료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80대 이상 암 환자의 치료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현실에서 이들에게 조기검진을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노인 암은 여러 질환의 하나이고 환자가 대개 암이 아니라 다른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체력이 따르지 못한다. 반면에 ‘젊은 암’은 ▶암이 유일한 질환이고 ▶생명을 좌우하고 ▶치료 목적이 완치 또는 생명 연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현대의학의 암 치료나 사후관리는 이런 ‘젊은 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암 병원의 풍속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부모가 암에 걸리면 자녀까지 병원에 왔다. 요즘은 핵가족화, 가족 해체 때문에 노부부 또는 노인 혼자 병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100세 시대를 맞아 초고령 노인 암을 본인들에게만 맡겨두어도 될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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