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진핑·아베·푸틴 구애 받는 남자, '몽골의 토머스 제퍼슨' 엘벡도르지

중앙일보 2014.08.28 01:22 종합 26면 지면보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지난 21~22일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지난달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월 초 국빈 방문을 할 예정이다.


세계 8위 자원부국의 51세 대통령
평양선 "독재 영원할 수 없다" 일갈

 최근 두 달 사이에 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 정상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은 사람은 바로 몽골의 차히야 엘벡도르지 대통령이다. 이런 대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몽골이 세계 8위의 자원 부국인 데다 중국의 이웃국가라는 전략적 가치다. 하지만 그 가치를 키운 건 51세의 젊은 대통령 엘벡도르지다.



 윤병세 외교장관이 한·몽골 수교(1990년) 이후 처음으로 다른 나라를 거치지 않은 채 26일 몽골을 단독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윤 장관은 엘벡도르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몽골의 성공적인 체제 전환 경험을 북한에 전수해 달라”고 부탁했다. 엘벡도르지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화답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동북아 원자력 안전협의체’ 구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몽골은 원래 북한과 더 가깝다. 48년에 수교했다. 99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했을 때 햇볕정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주몽골 북한대사관이 일시 폐쇄됐으나 2004년 다시 개설됐다.



엘벡도르지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래 북한을 방문한 첫 정상이다. 지난해 10월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강연에서 “어떤 독재와 폭정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인간의 욕구이며, 이는 영원한 힘”이라고 일갈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엘벡도르지가 주목받는 건 이처럼 이데올로기에 매이지 않은 실용외교 노선과 과감한 민주화 정책, 경제부흥정책 때문이다.



 평범한 유목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살 때 옛 소련 군사정치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이곳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주창한 개혁·개방정책에 심취하게 된다.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지하 학생그룹에 참여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신문을 만들었다.



학사 과정을 마친 뒤 귀국한 그는 몽골의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 89년 청년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우리의 목표는 민주주의와 투명한 국가체제, 개혁과 개방이며 젊은이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68년 동안 이어진 몽골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었다. 이 연설은 대규모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 불을 댕겼고, 90년 3월 공산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다.



엘벡도르지는 몽골 최초로 복수정당이 경쟁한 총선에서 당선됐고, 92년 헌법 제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몽골의 토머스 제퍼슨’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2년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배웠다. 총리 2번을 역임한 뒤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며 몽골의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끌고 있다. 외교적으론 ‘핵 없는 몽골’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이념 성향을 달리하는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윤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



유지혜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