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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효과는 상상력의 질 향상

중앙일보 2014.08.28 01:21 종합 26면 지면보기
오쿠이 엔위저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에게 미술이란 “신뢰, 에너지 문제 등 세계의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는 가변적인 것”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변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싶다면, 너 자신이 변해야 한다.” 오쿠이 엔위저(51) 2015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총감독은 2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간디의 말을 인용했다. 비엔날레라는 격년제 대규모 국제미술전의 유동적 성격에 대해 말하면서다.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 엔위저
내달 리움 개관 10돌 포럼 연사로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18세에 미국에 가 뉴저지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1996년 요하네스버그 비엔날레 총감독, 2002년 카셀 도쿠멘타 총감독을 역임했다. 광주 비엔날레의 첫 외국인 감독(2008)이기도 했다.



 이번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에서 홍성담씨의 ‘세월오월’ 전시를 둘러싸고 국비 지원 감축을 우려해 지방 관료들이 암묵적으로 전시를 불허하고, 이에 담당 큐레이터와 비엔날레 재단 대표가 사임한 일에 대해서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광주 비엔날레처럼) 시장이 이사장을 겸하지 않는다. 전문성을 가진 비엔날레 디렉터가 미술전·건축전·음악제 등 여러 행사를 꾸려나간다. 카셀 도쿠멘타 역시 대표이사가 권위와 책임을 갖고 독립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며 정치적 영향은 제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큐레이터들이 전시를 꾸리며 정치적인 압력을 받는다. 그 또한 게임의 일부이자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세계 곳곳에 100개가 넘는 비엔날레가 있다. 가히 비엔날레의 시대다. 왜 그럴까.



 “지난 10년간 중국에 생긴 신생 미술관 수에는 미치지 못한다(웃음). 오늘날 비엔날레는 수많은 공리적 아이디어가 만나고, 예술가와 큐레이터, 관객이 새로운 관계를 쌓아나가는 국제적 장이다. 그런 면에서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 국내의 많은 지자체에서도 비엔날레를 통한 도시 마케팅을 꾀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브라질 월드컵처럼 난데없는 곳에 갑작스럽게 경기장을 짓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웃음).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선 1994년 비엔날레가 창설됐다. 경제성장, 도시재생 등을 꾀하며 정치적 변화의 시기에 열린 비엔날레라는 점에서 광주(95년 시작)와 닮았다. 55년 창설된 카셀 도쿠멘타도 전후 10년, 파괴된 도시에서 문화적·윤리적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비엔날레 효과는 재정적 기여, 삶의 질 제고를 넘어 상상력의 질 향상에 있다.”



 - 나이지리아 출신, 정치학 전공자인데 현재 세계 미술을 이끄는 인물 중 하나가 됐다.



 “행복한 사고(happy accident)였다. 큐레이터로 일하기 시작한 90년대는 미국·유럽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출신 큐레이터 등과 전지구적 보편성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세계 미술의 지형도를 바꾸고, 제대로 소개가 안 됐던 예술가들에게 대화의 장으로 나올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는 29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강연한다. 또 문경원·전준호 내년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를 비롯한 여러 한국 미술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할 예정이다. 다음 달 2일엔 리움 개관 10주년- 광주 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기념 포럼 ‘확장하는 예술경험’에 연사로 나선다.



글=권근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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