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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관광자원, 없으면 창조하라! -아일랜드의 오바마 붐

중앙일보 2014.08.28 01:17 종합 28면 지면보기
아일랜드 중부의 머니골(Moneygall)은 인구 300명의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1년 5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잠깐 들른 뒤부터 유명한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마을 주민들의 치밀한 ‘오바마 마케팅’의 결과다. 오바마는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일랜드계·영국계·독일계·스위스계 선조의 피를 받았고, 오바마는 정확히 3%가 아일랜드계라는 것이 조상 연구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에는 앤드루 잭슨,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등 네 명의 아일랜드계 대통령이 나왔고 무려 3700만 명의 아일랜드계 미국인이 있다. 머니골에 살던 오바마 모계 쪽 선조가 1850년께 감자 대기근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소문을 듣고, 유럽을 여행하던 오바마가 잠시 이 마을에 들른 것이다. 그는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립서비스(?)로 “나는 머니골 오바마 가문의 하나입니다”라고 말했다는데 이것이 대대적인 오바마 마케팅의 핵심이 되었다.



 오바마가 잠깐 들른 지 3년이 넘었는데도 이 마을은 온통 오바마 축제장 같다. 거리의 모든 가로등에 성조기가 나부끼고 고속도로에는 ‘오바마 마을’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졌으며 ‘버락 오바마 플라자’라는 휴게소가 생겼다. 그곳에는 작은 마을 박물관과 오바마 방문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T셔츠·냉장고 스티커 등등 갖가지 머니골 오바마 기념품을 판매한다. ‘오바마 카페’와 ‘오바마 방문 센터’는 마치 미국의 축제일처럼 흥겨운 치어리더들의 행진 속에 개장되었다.



 전에는 관광객이라곤 눈 씻고도 볼 수 없었던 이 작은 마을에 미국인들은 물론 유럽·중국·호주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나부끼는 성조기, 곳곳에 붙어 있는 오바마의 초상에 미국인들은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잠시 들른 미 대통령이 이 마을 관광산업화의 힌트를 제공한 셈이다. 쏟아지는 관광객으로 갑자기 마을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되고 많은 일자리까지 새로 생겨나는 등 스쳐 지나간 오바마를 머니골 사람들은 십분, 백분 활용해 산업으로 창출해낸 것이다. 어쩌면 마을 이름을 ‘오바마 타운’이나 ‘오바마 빌’로 바꿀지도 모른단다.



‘굴뚝 없는 산업’ 관광은 반드시 대단한 볼거리나 유명한 곳, 역사적 장소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머니골처럼 ‘별것도 아닌’ 자원을 대단한 상품으로 ‘창조하는’ 아이디어와 마케팅 감각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앞으로 창조해낼 관광자원이 무궁무진할지 모른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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