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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육군, 바늘허리에 실을 매려 하나

중앙일보 2014.08.28 01:10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유성운
정치국제부문 기자
광맥이라도 찾은 듯 하루가 멀다 하고 병영 문화 개선책들이 쏟아진다.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의 영향이다.



 ‘부모와 병사 간 24시간 소통 보장’ ‘부대별 밴드, 카페 등 인터넷 소통공간 운영’ ‘수신전용 전화기 생활실(내무반)별 설치’ ‘1인 매트리스 및 캐비닛 보장’ ‘평일 면회’…. 25일 열린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 나온 개선책들이다.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과 현실성을 감안할 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구타당하고 있는 병사가 과연 내무반에서 전화기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을까. 병사들의 하루 인터넷 사용 시간이 15분 남짓인데 밴드나 카페가 제대로 운영될까.



 50만 육군을 통솔하는 김요환 육군참모총장까지 아이디어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 총장은 26일 306보충대 입영식에 참석해 병사 부모들에게 “동기생으로 분·소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육군에 확인해보니 후방 2개 부대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내년 10월까지 테스트를 거쳐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테스트 기간이 1년이나 남은 방안을 당장이라도 시행할 것처럼 공개한 셈이다. 즉흥적인 땜질 처방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군도 이런 방안을 운용하고 있다. 전우애나 병영 분위기 개선 등에서 효과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군대 체질에 맞는지는 미지수다.



 군 내 이해와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당장 군 내부에서부터 1994년 특전사, 2009년 육군 등에서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말들이 들린다.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는 제안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군 수뇌부는 다르다. 외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제언들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따져 여과시켜주는 ‘필터링(Filtering)’ 역할을 해줘야 한다. 발표 및 집행은 그 이후다.



 대표적인 사례가 ‘휴대전화 사용’ 문제다. 8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휴대전화 지급은) ‘적극적 검토’가 아니라 바로 시행하세요. 사고가 난 부대(28사단)부터 먼저 지급하세요. 부모가 얼른 갖다주게”라고 촉구했다. 이에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은 “저희 나름대로 검토가 있다”며 보류했다. 결과적으로 권 전 총장이 옳았다. 민·관·군 혁신위원들이 전방 부대를 방문했을 때, 병사들은 “휴대전화가 별로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 방안은 사실상 폐기됐다.



 군의 처지도 이해는 된다. 가혹행위 근절 및 병영문화 개선에 대한 압박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병사 부모들이 바라는 것도 순간의 비난을 모면하는 순발력보다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어 정착시키려는 진정성이다.



유성운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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