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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나흘 만에 또 내분 … 점입가경 KB

중앙일보 2014.08.28 01:08 경제 3면 지면보기
임영록(左), 이건호(右)
KB금융의 집안 싸움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대치했던 임영록 KB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감독당국의 제재까지 받았지만 갈등이 오히려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움츠러들면서 국민은행 등 핵심 계열사의 실적과 영업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이건호, 임영록 측 임직원 검찰 고발
"주 전산기 교체 관련 왜곡 보고"
양쪽 모두 징계에도 책임 공방
예금·대출 줄고 직원들은 눈치만

 먼저 칼을 뽑은 건 이건호 국민은행장이다. 국민은행은 26일 주전산기 문제와 관련된 지주사와 은행 임직원 3명을 검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지주회사 소속인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 김재열 전무, 문윤호 IT기획부장 그리고 국민은행 IT본부장인 조근철 상무다. 이들이 기존 주전산기인 IBM메인프레임을 대체할 유닉스 시스템의 성능 시험 결과를 왜곡해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는 게 고발의 이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관련 임원들의 잘못이 입증된 만큼 사법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결정에 반발해 지난 5월 금융당국에 스스로 특별검사를 요청해 임직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은 데 이어 문제를 다시 사법당국으로 들고 간 것이다. 인사조치도 이어졌다. 같은날 이뤄진 은행 임원 인사에서 조근철 상무는 해임됐다. 이들 세명에 대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결정한 징계는 문책경고다. 중징계이긴 하지만 직무정지나 해임 권고에 이르는 수위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이 행장은 “시스템 교체에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도 이사회 보고서에 누락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법당국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회장이 인사권을 가진 지주사 임원들에 대해 형사 고발을 하면서 지주측과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지주사 관계자는 “화해 분위기로 가려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의아스럽다”면서 “주전산기 문제를 다시 풀어야 하는 입장에서 이사회를 향한 일종의 기선제압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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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두 사람에 나란히 경징계 결정을 내린 직후인 22일 경기도 가평의 사찰로 1박2일의 템플스테이를 떠났다. 두 사람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수습 국면을 만들자는 취지였지만 이도 순탄치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한 임원과 계열사 대표들의 숙소를 한 방에 배정한 가운데 회장에게만 따로 잠자리를 만든 것에 이 행장이 문제를 제기하며 마찰이 빚어졌고, 결국 이 행장이 당일 밤 귀가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갈등이 봉합되기는 커녕 재점화하면서 KB금융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임직원과 사외이사, 회장은 물론 행장과 감사도 징계를 받았다는 건 크건 작건 양쪽 모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라며 “내부 수습에 힘써야할 상황에서 책임공방을 벌이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반발하고, 직원들도 영업보다는 권력의 향배에 신경을 쓰는 사이 한때 ‘리딩뱅크’로 불렸던 KB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의 예금·대출 시장 점유율이 모두 하락하는 추세다. 은행권에선 특히 국민은행의 최대 강점인 소매부문의 약화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내분사태가 불거진 2분기 입출금·월급통장 등 ‘핵심예금’의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 늘었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이 9~12% 증가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그러다보니 KB는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한 체크카드 발급 건수도 2분기 유일하게 줄었다.



 은행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의 국민은행 지점장은 “은행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실제 단골 고객들이 이탈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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