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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익산, 군침 도네요 … 99개 국내외 식품사 우르르

중앙일보 2014.08.28 01:06 경제 2면 지면보기


6월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회의장.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한국의 국회 격) 위원 6명이 이곳을 찾아 유럽연합(EU) 집행부 식품 담당 공무원과 연구원들을 만났다. 식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EU의 각종 제도를 배우기 위해 찾아간 것이다. 2009년 식품안전법을 만든 중국은 이에 대한 체계적인 운영 기법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EU 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지식을 배우고 있다. 2010~2015년 진행하는 ‘중·EU 무역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부분이다. 이 자리에선 ▶식품 유통 경로를 정부가 확인하고 인증하는 기법 ▶식품 안전 관련 보험제도 ▶건강식품에 대한 특별규제 같은 주제가 거론됐다.

궤도 오른 국가식품클러스터
'메이드 인 코리아는 안전' 인식 바탕
중국시장 공략 전초기지로 주목
싱가포르·이탈리아 등 잇단 MOU
한·중 FTA 시행 땐 관세 인하 기대



 9일 동안 진행된 회의를 끝낸 뒤, 전인대 위원들은 EU측에 “정부가 소비자에게 식품 안전을 보증할 수 있는 입법 기술에 대한 기초지식을 배웠다”고 공식인사를 남겼다. 자국의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높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EU와 중국이 채택한 무역활성화 프로젝트의 5대 과제 중 하나가 식품안전”이라며 “그 정도로 식품 안전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232만㎡ 규모 클러스터 건설





 이처럼 안전한 식품을 찾으려는 중국인의 욕구가 커지자 정부는 이를 농식품 수출 확대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산 식품에 대한 안전성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이 같은 분위기를 사업기회로 활용하려는 외국 식품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달엔 CHC, 타이 후아(Tai Hua), 췌춘(Chye Choon) 등 싱가포르 식품회사 7곳이 전북 익산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푸드폴리스·FOODPOLIS)에 입주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정부와 체결했다. CHC는 육포, 타이 후아는 간장, 췌춘은 쌀국수를 주로 만드는 회사다. 식품 산업 특화 산업단지인 식품클러스터는 2020년까지 232만㎡ 규모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곳에 입주·투자를 하기로 정부와 MOU를 맺은 해외 식품기업·연구소는 이들 회사를 포함해 48곳이다. 냉동 빵·피자를 만드는 이탈리아의 ‘퍼르노드 아솔로’(Forno d‘ Asolo), 유럽 3대 식품연구소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니조’도 식품클러스터에 들어오기로 한 상태다.



유럽 → 중국 수출에 한 달 … 한국선 하루



전북 익산에 2020년까지 232만㎡ 규모로 만들어질 예정인 식품클러스터의 조감도. [농림축산식품부]
 이들 회사의 목표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품질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메이드 인 코리아’ 식품을 중국에 파는 것이다. 유럽 기업으로선 자국 생산품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배로 30~40일이 걸린다. 운반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냉동·건조 가공 식품이라 해도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식품클러스터에서 제품을 만들어 군산항에서 실어 보내면 상하이까지 하루면 닿을 수 있다. 식품클러스터에서 군산항까지는 50㎞가 채 되지 않고, 고속도로 진입을 위한 익산IC는 2㎞ 거리에 있다. 비용 절감 효과는 이들 기업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다. 식품은 냉동·냉장이 필요한 게 많아 일반 공산품보다 물류비가 많이 든다. 이 때문에 한 곳에 모여 있는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창고를 이용하면서, 함께 대규모 화물 운송을 맡기면 개별 제품마다 적용되는 운송비가 내려갈 수 있다. 김창균 해양수산부 항만물류기획과장은 “화물량이 충분하다면 빠른 배를 이용해 신선식품이나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을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한국 회사들도 식품클러스터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중국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겠다는 계획으로 입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일제당은 식품클러스터에서 ‘햇반’과 양념장 생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12월 입주 MOU를 맺고, 발효식품 생산·연구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SEMPIO’라는 상표로 7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샘표의 공략지역도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동원F&B는 건강식품기지를 짓기로 했고, 하림도 사업 참여를 결정한 상태다. 이처럼 식품클러스터에 입주 MOU를 맺은 국내회사도 51곳에 이른다. 최근엔 식품 관련 유관 산업체도 입주를 결정했다. 식품 신선도 유지를 위해 쓰이는 산소·가스·습기흡수제를 만드는 ‘립멘’도 이달 초 식품클러스터에 4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도 입주, 한국산 달고 역수출 노려



 지난달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타결하기로 합의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이들 국내외 기업이 노리는 것 중 하나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한국산이라는 국가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상품 운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FTA에 따른 관세 인하효과까지 볼 수 있다면 해마다 임금 수준이 올라가는 중국에 굳이 공장을 세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가 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입주 MOU를 맺은 칭다오식품주식유한회사가 대표적이다. 과자·초콜릿을 만드는 이 회사는 자국 시장에 역수출을 하기 위해 식품클러스터를 생산기지로 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식품부는 식품클러스터가 국내 소비자에게도 이익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 회사들이 이곳에서 생산을 시작해 일부 물량이 내수 시장에 공급되면, 그만큼 국내 소비자의 상품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른 품질·가격 경쟁이 활성화 되는 것도 정부의 기대다.



 김원일 농식품부 국가식품클러스터추진팀장은 “식품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생산·수출도 증가하면, 입주 회사와 그 직원 뿐 아니라 원재료를 대는 국내 농가까지 수익이 늘어나는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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