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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우에 침수된 고리원전, 불안한 국민

중앙일보 2014.08.28 01:01 종합 30면 지면보기
“고리원자력 2호기는 안전계통의 동작으로 정지됐으며 현재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27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실시간 운영정보엔 이렇게 짤막한 글이 떠 있다.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는 지난 25일 부산·경남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취수건물이 침수돼 가동이 중단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당시 “안전을 위해 수동 정지했으며 고리 2호기 안전 관련 설비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날 고리원자력본부 통합상황실 건물 지하배전반도 침수돼 24시간가량 전기 공급이 끊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우가 더 쏟아졌더라면 심각한 안전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수원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고리원전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보강작업을 했다. 쓰나미에 대비해 해안방벽을 기존 7.5m에서 10m로 높이고 길이를 2.1㎞로 연장하는 공사를 지난해 마쳤다. 당시 한수원 측은 “앞으로 어떠한 해일 등 자연재해가 닥치더라도 끄떡 없는 철벽 안전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시간당 130㎜의 비를 견디지 못하고 사상 최초로 침수에 의해 원전이 가동 중단됐다. 특히 통합상황실 건물까지 물에 잠긴 것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바닷물을 막는 데만 치중했지 집중호우에 대비한 안전대책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원전은 냉각수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수면과 큰 차이가 없는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집중호우로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면 빗물이 역류할 위험이 높다. 고리원전 2호기의 취수건물도 배수관로에서 역류한 빗물이 지하로 연결된 관로를 따라 유입되면서 침수됐다.



 고리원전 2호기는 건설된 지 32년이 지난 노후 설비다. 그렇잖아도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일부 단체와 주민들은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전성에 신뢰를 주지 못하면 원전 운영과 건설에 대한 반대여론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수원은 집중호우에 대비한 안전대책과 안전성 평가를 획기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특히 침수 원인과 안전점검 결과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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