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동네 이야기 담은 노래 추억과 낭만 깨워드립니다

중앙일보 2014.08.28 00:06 1면 지면보기
밴드 ‘파쿠스틱’을 결성한 박인규(오른쪽)씨와 유동욱씨가 공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를 점령하고 있는 요즘, 우리 동네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긴 곡을 만들어 노래하는 가수가 있다. 30대 중반의 아빠 두 명으로 이뤄진 ‘파쿠스틱(Facoustic)’은 ‘아침이 아빠’ 박인규(39)씨와 ‘도담이 아빠’ 유동욱(34)씨가 만든 2인조 밴드다.



이들은 올해 3월 밴드를 만들어 5개월 만에 첫 디지털 싱글 앨범을 냈다. 삶이 무미건조한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찾아 주고 싶다는 파쿠스틱의 이야기를 들었다.



‘날 귀찮게 하는 니가 좋아. 내 일요일 늦잠을 방해해도 말야. 아무리 피곤한 저녁이라도 널 보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어. 언제라도 내 곁에만 있어 줘. 그대와 영원히 둘이 하나가 되어서 뿌리를 내린 곳. 서로 엉키고 햇빛을 받으며 자라나 이젠 꽃이 되고 열매가 달려서 네 명이 함께 꿈꾸는 곳. 여기는 봉명동(천안) 6-32번지~.’(노래 ‘봉명동 6-32번지’ 가사 중)



우쿨렐레 카페에서 시작된 인연



박씨와 유씨가 한 카페에서 ‘봉명동 6-32번지’를 노래하고 있다.
지역 예술단에서 사물놀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동욱씨는 평소 음악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네 살배기 아이인 ‘도담이’에게 예쁜 동요를 들려주고 싶었고, 직장에서 다루는 국악기와 다른 매력을 지닌 선율악기 연주와 작곡을 배우고 싶어 지난 2월 박인규씨가 운영하는 우쿨렐레 테마 카페를 찾았다. 유씨가 박씨에게 우쿨렐레 레슨을 받게 되면서 둘은 선생님과 학생으로 연을 맺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두 아빠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박씨는 고교생 때부터 독학으로 통기타를 배워 평소에도 혼자 노래를 만들고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며 음악 활동을 하는 가수였다. 결혼하면서 기타를 잠시 놓았지만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다시 노래를 하게 됐다. 박씨는 밴드 활동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타악기를 잘 다루는 유씨를 만났다. 같은 30대 아저씨·아빠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무엇보다 음악적 호흡이 잘 맞아 한 달 만에 ‘파쿠스틱’이라는 밴드를 만들었다.



 파쿠스틱은 ‘파더(Father)’와 ‘어쿠스틱(Acoustic)’의 합성어다. 어쿠스틱 밴드에 가깝지만 주로 포크록 장르를 다룬다. 파쿠스틱의 공연 무대는 주로 천안·아산 지역이다. 평소 우쿨렐레로 연주하다 보니 선율이 고운 예쁜 노래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공연에서 주민들이 어울려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노래가 필요했다. 지난 11일 첫 디지털 싱글 앨범 수록곡인 ‘오 나의 공주님’은 이런 이유로 탄생했다.



 “서로 본업이 있고 가장이다 보니 밴드 활동에 전념할 수 없어 아쉬운 점도 있어요. 처음엔 취미로 즐기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음반을 내면서 프로의 성격을 띠게 됐죠.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 노래를 들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 음반을 냈어요. 비록 돈도 안 되고 시간도 많이 빼앗겨 아내가 밴드 활동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음악을 즐기는 게 좋아 계속 활동할 계획입니다.”



사랑과 이별 가사로 이뤄진 대중가요와 달리 파쿠스틱 노래 가사는 독특하고 흥미롭다. 주로 작사·작곡을 담당하는 박씨는 자신이 사는 봉명동의 집을 소재로 ‘봉명동 6-32번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의 느낌을 담은 ‘분만실에서’ 등 열댓 개의 자작곡을 만들었다. 이들은 가족과 동네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지역민들과 공감하고 싶었다. 지역이 음악을 만드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중년들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장소도 이들에겐 가사의 글감이 된다.



 “예전 천안역 앞에 있던 ‘양지문고’는 만남의 장소였어요. 친구들과 항상 약속을 잡을 때 ‘양지문고 앞에서 보자’고 말했거든요. 지역의 추억거리가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게 굉장히 슬퍼요. 언젠가 양지문고에 대한 곡을 써볼까 해요. 우리 노래를 듣고 옛 추억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아저씨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마누라를 흉보는 노래도 만들고 싶고요.”



4050 남성에게 용기 주고 싶어



유씨는 밴드 활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가슴이 두근거리는 설렘과 흥미를 느낀다. 박씨는 밴드 활동을 하며 새로운 부흥을 꿈꾼다. 상권이 죽은 원도심 천안역 지하상가를 아지트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옛 르네상스를 다시 한번 부활시키고 싶은 것이다. 파쿠스틱이라는 이름이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중년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아빠들이 자식 키우고 일하느라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쟤들도 나이가 많은데 음악을 하고 있네? 나도 예전에 하려고 했다 포기했던 일을 다시 해볼까?’ 하는 동기부여도 주는 밴드로 만들고 싶어요.”



글=강태우 기자 ktw76@joongang.co.kr, 사진=채원상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