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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미용·자동차 '현장 노하우' 아낌없이 전수

중앙일보 2014.08.28 00:04 2면 지면보기



명장 교수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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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박사 학위 없이는 대학교수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서정대는 다르다. 책상에서 딴 학위만이 아니라 평생 현장에서 갈고 닦은 기능과 경험 같은 산 지식을 보고 교수를 임용한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주방장이었던 문문술(61) 교수, 미용 명장인 정매자(61·여) 교수, 자동차정비 명장인 김웅환(62)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들 ‘명장 교수 3인방’을 만나봤다.



“적어도 같은 요리를 1만 번 이상은 만들어야 ‘음식 달인’이 됩니다. 책 속에 담긴 정갈한 레시피가 아니라 주방에서 칼에 베이고 불에 데이면서 얻은 경험이 맛의 노하우가 되는 셈이죠.”



 문문술(호텔조리학) 교수는 ‘좋은 요리사의 덕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실제 그의 인생이 그랬다. 시골에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숙식 제공해주고 월급도 준다”는 말에 작은 음식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요리를 배웠다. 경기도의 작은 호텔, 서울 롯데호텔 본점 등을 거치며 대한민국 2호 한식 조리 명장이 됐다.



 문 교수는 ‘대통령의 요리사’로 더 유명하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여 간 청와대 밥상을 책임졌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만찬도 그의 작품이다. 2008년 ‘대한민국 조리명장’이 돼 이듬해 서정대 교단에 선 그는 “요리든 강의든 다 맛있어야 잘 팔린다”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을 전달하면 학생들의 이해도 빠르다. 요리에 정성을 담는 일을 즐길 줄 아는 학생들을 양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서정대 교단에 선 정매자(여·피부미용학) 교수는 국제 대회 금메달리스트다. 99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미용 세계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업스타일(뒷 머리 올려 묶기) 부문’ 1위 등 각종 국제 대회를 휩쓸었다. 30여년 간 서울 강남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익힌 실전 노하우가 밑바탕이 됐다.



정 교수는 ‘가르치는 일’에서도 남다른 성과를 냈다. 2000년부터 한국 미용 국가대표 선수 트레이너로 300명 이상의 국가대표를 키워냈다. 그가 이끈 미용팀은 캐나다에서 열린 2005년 국제미용대회 전 종목을 석권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미용 명장’,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용장’과 ‘미용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사람의 머리카락과 머릿결은 모양과 성질이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하다. 고객이 만족하는 가위질과 퍼머법은 경험에서 나온다”며 “세계대회에서 ‘이기는 법, 잘 하는 법’을 가르친 경력이 많은 만큼 학생들에게 이 경험을 전수하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김웅환(자동차정비학) 교수는 ‘발명왕’이다. 공고 자동차과를 나와 현장에서 40여 년을 뛰며 차량도난 방지장치와 특수 자동차, 도로안전로봇 등을 개발했다. 그가 만든 염화칼슘 살포기와 차선제거기는 지금도 현장에서 사용된다. 도로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를 쓰고 빨간 막대 램프를 흔드는 안내로봇도 그의 작품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98년 자동차 명장에 선정됐다.



김 교수는 “자동차는 실기와 이론 사이에 모순이 생길 때가 많다. 자동차 구조가 사람 몸처럼 복잡해 고장의 원인이 A에 있는데 증상은 B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서 오래 일해야만 알 수 있는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대는 ‘명장 교수’를 계속해서 늘릴 계획이다. 학교 측은 “책은 돈 주고 사서 보면 되지만 경험을 통한 지식은 그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며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어 우리나라 산업 현장을 떠받칠 수 있는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게 우리 대학의 목표”라고 말했다.



글=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사진=함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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