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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한류 콘텐트+한풍 자본' 할리우드 위협

중앙일보 2014.08.27 00:02 2면 지면보기
영화, 연극, 음악 등 문화 분야가 새로운 중국 비즈니스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6년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CJ CGV는 상하이와 베이징 등 16개 도시, 28개 극장에서 216개 스크린을 운영한다. [사진 CJ]


“한·중 합작영화인 ‘이별계약’이 중국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고, 한국과 아시아로 수출될 예정입니다. 이제는 이런 성공사례를 다른 분야로 더욱 확장해 가야 합니다.” 지난해 6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 간 문화산업의 융합을 강조했다. 영화 ‘이별계약’은 CJ E&M이 기획하고, 감독·촬영·음악·편집은 한국이, 시나리오·주연·배급은 중국이 나눠 제작한 한·중 협업 작품이다. 지난해 4월 중국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5주 동안 1억9197만 위안(약 319억4189만원)을 벌어들이는 기록을 세웠다.

한·중 문화산업 융합
중국 영화시장 세계 2위
2020년 최대 규모 전망
양국 FTA 체결되면 교류 장벽 더 낮아질 듯



신경진 기자  



문화산업은 한·중 수교 이래 22년 동안 양국 관계 발전의 견인차였다. 드라마와 대중문화는 한류(韓流)와 한풍(漢風)이란 이름으로 상대국 정서를 파고들었다. 한류를 등에 업은 한국 문화 콘텐트는 대륙을 누볐다. 경제적 성과도 컸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시장 규모가 동력이었다.





 2013년 중국의 극장 관객 수는 약 6억1200만 명, 흥행수입은 217억6900만 위안(약 3조6063억원)을 기록했다. 1인 관람편수는 아직 0.45편에 불과하다. 성장 가능성은 할리우드의 DNA까지 바꿨다.



 전 세계 흥행수익 10억5446만 달러(약 1조771억원)를 거둔 트랜스포머4는 중국에서 3억100만 달러(약 3075억원)를 벌어들였다. 미국에서 거둔 2억4336억 달러(약 2486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차액만 589억원이다. 할리우드가 미·중 갈등의 중재자가 될 듯한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세계 2위로 성장한 중국 영화시장이 2020년이면 북미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스오피스의 필 콘트리노 애널리스트는 “그들은 배우고 있다. 작품 수준을 높이고 있다. 그들이 더 많은 돈을 영화에 투입할수록 그들은 스토리텔링 테크닉을 더 많이 배울 것이다.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다. 할리우드 예상보다 그 속도는 빠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 영화의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CJ E&M의 김성수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을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중국인들은 우리가 향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싶어 합니다. ‘노는 문화’를 가진 한국식 DNA를 원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나라 감독이나 작가들을 대거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드라마가 아직도 중국에서 잘 팔리는 것을 보면 이미 우리는 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죠. 앞으로 꾸준히 제작 판매의 역량을 구조화하고 키워가면 중국 시장에서 상당 기간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CJ E&M은 올해 영화 ‘평안도’와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천정다오(陳正道) 감독의 ‘20세여 다시 한번(重返20歲)’으로 중국을 재공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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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의 성공도 눈부시다. ‘만리장성’같이 공고한 수입 제한을 중국판 유튜브인 요우쿠(優酷)·아이치이(愛奇藝) 등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극복했다. ‘상속자들’의 인기는 주인공 이민호를 7억5000만 명이 시청하는 설 특집 버라이어티쇼 ‘춘완(春晩·春節聯歡晩會의 준말)’의 최고 스타로 만들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는 중국 최고 지도자까지 사로잡았다.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3월 양회에서 ‘별그대’의 성공을 예로 들며 중국 문화산업의 분발을 촉구했다. 7월 초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서울대 강연에서 ‘별그대’의 인기를 언급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배우들의 진출로 이어졌다. 한국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췄던 추자현과 채연, 장서희 등은 중국에서 쉼 없이 활동해 왔다. 100% 사전 제작과 더빙은 언어 장벽을 없앴다. 높은 출연료도 한국 배우들의 중국 진출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김수현은 인기에 힘입어 올 상반기 중국 광고만 35건에 달한다. 광고료로 2억 위안(약 332억원)을 벌었다. 환구시보는 지난 17일 “도교수 얼굴 벌써 지겹다”는 기사를 실어 “지나친 것은 모자라느니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달도 차면 기운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지혜를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성급함으로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경고다.



 한·중 FTA 체결은 콘텐트 산업 분야의 장벽을 낮춰줄 전망이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영화 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공동 제작 영화로 인정받은 한국 영화는 중국에서 자국 영화로 취급받게 된다. 업계의 과제는 지속가능한 상생 모델 구축이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금물이다. 정부는 추임새를 넣는 정도로 업계를 돕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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