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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특사에 지한파 사일러 … 27년 CIA 대북정보통

중앙일보 2014.08.26 02:51 종합 6면 지면보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년 넘게 공석이던 6자회담 특사 인선을 마치며 임기 후반기 한반도 외교 진용을 일신했다. 6자회담 특사는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산하에서 북·미 간 비공식 대화창구인 뉴욕 채널을 담당하는 요직이다. 지난해 6월까지 이 자리를 맡았던 클리퍼드 하트 특사가 홍콩 총영사로 발령 나면서 후임을 기용하지 않아 14개월간 공석이었다. 한·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자리를 채울 인물은 시드니 사일러 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이다. 사일러 보좌관은 임명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뉴욕의 장일훈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새로운 카운터파트가 된다. 사일러의 직속상사 격인, 6자회담 수석대표인 대북정책특별대표 자리엔 성 김 주한 미대사가 내정된 상태다. 김 대사는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도 겸직한다. 그의 후임으로는 마크 리퍼트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이 지명돼 의회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후임으로는 렉슨 류(41) 전 백악관 NSC 비확산 담당관이 발탁돼 최근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계가 미 국방장관 비서실장에 오른 건 처음이다.


성 김 수석대표와 투톱 체제 구축
"아직 6자회담 재개 움직임 없어"
국방장관 비서실장 한국계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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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김 대사와 오바마 대북 라인에서 호흡을 맞출 사일러는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 실무형 지한파로 분류된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27년간 대북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며 북한 전문가가 된 그는 국가정보국(DNI)에서 북한담당 부조정관을 역임했으며 방북 경험도 있다. 1994년엔 『김일성 1941~1948, 전설 창조와 정권 수립』이라는 책을 내 김일성이 소련을 견제하며 정권을 공고히 한 과정을 분석했다.



 한국에 대한 이해도 역시 깊다. 석사 학위는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 연구로 받았고, 한국 여성과 결혼해 낳은 아들 션 사일러는 현재 서울의 한 외교 관련 정책연구원에서 근무 중이라고 지인들이 전했다.



 사일러의 이동으로 공석이 될 백악관 NSC 한반도담당 보좌관 자리는 앨리슨 후커 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아시아·태평양 분석관이 물려받는다. 지인들에 따르면 후커 분석관은 워싱턴 정가에선 일본 전문가로 통하며 일본어에 능통하고 북한 중심 한반도 업무를 오래 해왔다. 지난달까지는 한국 관련 이해도와 인맥을 넓히기 위해 약 3달간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석이었던 6자회담 특사를 임명할 것으로 보이는 등 인사상 변화를 줌에 따라 6자회담 관련 새로운 움직임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시기상조라는 게 서울·워싱턴의 다수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바둑판의 돌을 바꾸었을 뿐 판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6자회담을 오래 담당했던 한 고위 외교관은 “북한과 관련한 워싱턴 기류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에서 바뀌지 않았다”며 장밋빛 전망을 경계했다.



북한이 유의미한 비핵화 관련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상 미국이 ‘같은 말(horse)을 두 번 사는’ 일은 없을 거란 게 중론이다. 오바마 2기 내각이 한반도 외교 라인업을 마무리하며 변화를 준 건 사실이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얘기다.



 사일러의 지난 대북 관련 발언 역시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올해 초 그는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 정권의 정책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은 북한 정부의 행동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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