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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가동 중단 … 쓰나미 방수벽, 빗물에 속수무책

중앙일보 2014.08.26 02:39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해 바닷물이 원전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리 1(오른쪽)?2호기 앞에 설치한 10m 높이의 차수벽. 하지만 빗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중앙포토]
기습 폭우로 원전이 멈추는 사태가 일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5일 오후 3시54분 부산시 기장군 원전 고리 2호기의 취수건물에 빗물이 흘러들어 안전을 위해 원자로를 수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빗물 때문에 원전 가동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부산지역에는 시간당 최고 130㎜의 폭우가 쏟아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취수건물에 빗물이 스며들어 누전을 막기 위해 냉각펌프가 자동 정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펌프 작동 중단으로 원자로 가동에 꼭 필요한 냉각수 공급이 끊겼기 때문에 원자로를 수동으로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로는 건물 5층 높이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폭우에도 잠기지 않는다. 따라서 원자로 안전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덧붙였다.


누전 막으려 냉각펌프 자동정지
빗물 스며들어 원전 중단은 처음
한수원 "원전 안전엔 이상 없어"

 그럼에도 단순히 비 때문에 원전이 멈췄다는 사실은 평소 고리 2호기의 안전관리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7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가압경수로형이다. 가동된 지 31년이 지난 노후 원전이어서 자연재해 대비책을 더 단단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고리 2호기의 취수건물은 다른 원전과 달리 지하에 있다. 당연히 폭우 때 빗물이 스며드는 상황에 대비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하로 전선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해 뚫은 구멍을 통해 빗물이 스며든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를 계기로 고리 2호기의 해안 쪽 안전장치를 강화했다. 쓰나미를 막기 위해 해안방벽을 쌓고 방수벽·방수펌프를 설치했다. 문제는 바다에서 비롯된 자연재해에는 신경을 썼지만 육지의 자연재해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해안방벽 뒤쪽에서 밀려 들어오는 빗물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당초 한수원은 비상전력계통의 주요 안전설비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내진 설계된 방수문을 설치하고 방수형 배수펌프를 구비키로 했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고리 2호기가 해양재해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폭우로 인한 빗물 유입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며 “과연 고리 2호기를 비롯한 국내 원전이 일상적인 강우로부터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고리원전 2호기는 지난해 5월 계획예방정비 차원에서 68일간 가동을 멈추고 법정검사와 설비 개선 절차를 밟았다. “정비한 지 1년4개월밖에 안 됐는데 폭우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다면 부실 검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도 성명서를 내고 “방사능 누출과 상관없으니 괜찮다거나 안전을 위해 가동 정지한 것이라는 식으로 이번 문제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는 고리 2호기 가동이 재개되려면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가동 중단 원인을 보고한 뒤 재가동 승인을 받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또 고리 2호기 가동 중단에도 전력 수급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예비전력이 1000만㎾급 이상 남았기 때문에 고리 2호기(65만㎾급) 가동 중단이 별 변수가 안 된다는 것이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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