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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빅데이터 수집 정책 … 열려 있는 미국, 막혀버린 한국

중앙일보 2014.08.26 02:34 종합 16면 지면보기
위치정보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를 수집해 그 내역을 일정기간 저장해 놓을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판단은 미국과 한국이 영 딴 세상일 정도로 현격히 다르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자신감의 차이다. 미국은 인터넷을 창시한 종주국이다. ‘갑(甲)’의 입장인 것이다.


문송천 KAIST 교수 기고

 인터넷이 세상에 나타난 뒤 초기 20년간은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론 세계인의 환호를 한 몸에 받게 된다. 웹의 위력이었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인터넷 패권주의에 눈뜬다. 그래서 때마침 서기 2000년 진입을 코앞에 두고 제정한 것이 ‘밀레니엄 법안(Millennium Act)’이다. 이 법안의 취지는 고객보호에 치중하기보다는 인터넷 종주국답게 자국의 인터넷 경제가 세계로 진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이 인터넷 거래를 하다가 마찰이 생기면 그때 가서 협상해도 된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정부를 든든히 믿고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뛰라는 후원의 메시지였다. 미국은 인터넷 거래가 전 세계에서 활성화될수록 자국 기업이 경제적 수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게끔 관련 전략을 하나하나 세워나갔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고객정보를 수집하되 애초부터 투명하게 공개해 기본 서비스로 제공하자는 것이다. 마케팅에 활용할 가치가 큰 고객행태 정보가 쌓이면 좋기는 하지만 필경 프라이버시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적극적 전략이다. 프라이버시 경계선 내에서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자는 전략도 택했다.



 반면 우리는 기업이 정부 규제를 지키려다 보니 포털이 개인행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이 철저히 막혀 있다. 정보수집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면 좋은 것 같으나 속을 보면 정반대다. 빅데이터를 편법으로 재구성해 보느라 군소 앱 업체들만 분주할 따름이다. 국가적 에너지 낭비요인이 크고 인터넷 패권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사회과학자들은 디지털 사회의 개인행태 분석에 관심이 많다. 분석을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필수다. 최근 페이스북이 감정 조작실험 연구를 수행해 파문이 일었지만 미국에서는 연구 목적이라면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공개를 거세게 요구한다. 개인정보 수집에 이은 공개가 미국의 정보기술(IT) 문화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이 같은 미국의 전략은 개인정보 수집에 반감이 높은 유럽에서도 통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유럽 전역에서 구글에 대한 저항이 드세긴 하지만 문화콘텐트 대국을 자처하는 프랑스의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빅딜을 성사시킨 구글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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