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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 밸리 수십만 달러 와인통 다 깨져" … 1조원 피해

중앙일보 2014.08.26 02:09 종합 23면 지면보기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밸리에 위치한 비알콘 와이너리의 직원이 강진으로 무너져 내린 저장고의 와인 통들을 살펴보고 있다. [나파 AP=뉴시스]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포도주 산지인 미국의 나파 밸리가 강진으로 쑥대밭이 됐다. 24일 오전 3시 20분쯤(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나파시 남쪽 10km 지점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곳은 포도주 산지인 나파 카운티에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50km 가량 떨어져 있다. 나파 밸리를 강타한 이번 지진은 캘리포니아 북부에선 1989년 발생했던 규모 6.9의 ‘로마 프리에타’ 지진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최대 10억달러(1조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했다.

규모 6.0 지진 와인 산지 강타
"와이너리가 순식간에 와인 바다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비상사태 선포
페루서도 7.0 강진 … 여진 불안감







 새벽에 발생한 지진으로 나파시와 인근 지역에서 3명이 중상을 입는 등 120여명이 부상해 병원에 후송됐고, 나파시에서만 건물 30여동이 붕괴되거나 파손됐다. 곳곳에서 전기와 수도가 끊겨 이날 밤까지 1만여 가구가 단전됐고 600여가구가 단수됐다. 나파시의 주택 단지에선 화재가 발생했지만 수도가 끊기며 소방관들이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지진으로 도로가 중간에 끊기거나 아스팔트가 튀어 올라 교통 통제가 계속됐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나파와 함께 인근 솔라노·소노마 카운티 등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5일로 휴교령을 내렸다.



 가장 큰 피해는 이 지역에 밀집한 와이너리에 집중됐다. 나파 밸리 포도주제조협회에 따르면 나파 밸리는 한해 380만명이 ‘와인 관광’으로 찾아와 관광 수입으로만 10억 달러 이상을 버는 등 포도주 생산과 관련 산업으로 500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포도주의 성지다. 그러나 수십 초의 지진으로 고가의 포도주통이 깨지거나 새며 고급 포도주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고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전했다.



나파 밸리의 실버오크 와이너리의 저장고에 보관된 포도주 병들이 지진으로 바닥에 떨어져 파손 된 모습. 피해액은 10만 달러로 추정됐다. 이 와이너리의 주인 데이비드 덩컨이 트위터에 올렸다. [나파 AP=뉴시스]
 실버오크 와이너리의 데이비드 덩컨은 CBS 방송에 “가진 것은 단 세 개의 포도주 통이었는데 다 깨졌다”고 밝혔다. 통 하나당 1300 달러를 받는 포도주 상자가 25개 나오는 만큼 몇 초 만에 10만 달러가 날아갔다는 것이다.



나파와 인접한 소노마의 한 와이너리에선 2013년 진판델 빈티지를 숙성하던 포도주통 48개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상당수가 깨졌다. 와이너리 소유주인 샘 세바스티아니는 “최고급 포도주통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확인되지 않아 피해 액수를 산정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파의 포도주 업체인 헨리힐 앤 컴패니는 1000여개의 포도주 통을 보관 중이던 포도주 창고의 지붕이 무너지며 통들이 그대로 시멘트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이 업체의 빌 힐 사장은 “(쏟아진) 포도주가 바다가 돼 포도주 바다를 헤치며 걷고 있다”며 “포도주 통의 20%는 깨져 수십만 달러가 날라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깨지지 않은 포도주 통들을 건져 내 다른 포도주 창고로 옮겨야 하지만 온도 등을 일정하게 맞추는 창고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며 “지진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특히 올해 캘리포니아를 덮친 가뭄으로 포도 생산량이 줄어든 가운데 지진까지 겹쳐 나파 밸리 포도주업체들엔 어려움이 가중됐다. 여기에 지질조사국은 일주일 내 여진이 닥칠 가능성이 54%라고 경고해 추가 지진에 따른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후(현지시간)엔 남미의 페루 남부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하며 같은 아메리카 대륙의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강진이 이어졌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380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은 북미의 캘리포니아 일대와 더불어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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