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가쟁명:유주열] 저우융캉(周永康)과 화신(和?)

중앙일보 2014.08.25 09:55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취임하자마자 “모기든 호랑이든 함께 때려서 잡는다”라고 선언하고 부패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최근 시 주석이 말하는 호랑이가 잡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과거 정치국상무위원으로 저우융캉 전중앙정법위 서기가 “중대한 규율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저우융캉 서기는 석유기업 출신으로 사천성 서기와 공안부장을 지내면서 언론 보도대로 17조원 상당의 재산을 부정 축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 호랑이”급이다.



저우융캉 서기의 조사로 중국 역사상 탐오지왕(貪汚之王)으로 널리 알려진 청(淸) 건륭제(乾隆帝)의 총신(寵臣)이며 군기(軍機)대신 화신(和? 1750-1799)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세 사람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화신의 재산은 당대 세계 최고의 부자 로스차일드(Mayer Rothschild 1744-1812)보다 더 많았다고 평가한다.



화신은 건륭제의 죽음으로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고 가경제(嘉慶帝)가 등극하자 황제의 칙령으로 전 재산이 몰수되고 목숨까지 스스로 끊게 된다. 그러나 그가 생활을 했던 호화로운 저택의 일부가 지금 베이징시의 공왕부(恭王府)로 남아 있고, 그가 배를 띄워 즐기던 황제의 이궁(離宮)과 같은 별장이 미명호(未名湖)를 중심으로 하는 북경대학 캠퍼스로 남아있다.



중국을 태평성대로 이끈 정치의 달인 건륭제가 어떻게 하여 탐욕스러운 화신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주고 나중에는 자신의 딸을 시집보내 사돈까지 만들었을까하는 사실이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화신이 한어 만주어는 물론이고 몽골어 티베트어 등 어학에 소질을 보였다든지 사서삼경(四書三經)에 통달 학문을 좋아하는 건륭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든지 하는 이야기와 함께 화신의 모습이 건륭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유모의 얼굴 모습과 닮아서 총애를 받았다고 하는 등 많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건륭제의 어머니는 아버지 옹정제(擁正帝)가 왕자시절 부인의 시녀로 들어 온 신분이 낮은 만주 여인이었다. 그러나 옹정의 눈에 들어 임신을 하게 되고 남아를 출산한다. 그가 옹정의 네 번째 아들인 홍력(洪曆)이다. 옹정제가 죽고 홍력이 건륭제가 되자 자신을 낳은 어머니는 숭경황태후가 된다. 건륭제는 효성이 지극하여 황태후의 환갑을 맞아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북경 교외에 청의원(淸?園)(지금의 이화원 전신)이라는 별장을 지어 드린다.



어느 날 황태후가 병이 들었다. 화신은 병문안 겸 매일 황태후에게 만주어로 소설을 읽어 드렸다. 이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 황태후의 병을 낫게 하였다. 이 소설이 만주 기인(旗人) 출신의 조설근(曹雪芹 1715-1763)이 지었다는 홍루몽(紅樓夢)이다.



홍루몽은 조설근이 강희제(康熙帝)의 유형제(乳兄弟)였던 조부(祖父)와 함께 남경에서 호화롭게 살던 자신의 가족사를 엮은 소설이다. 건륭제는 어머니를 쾌차시킨 화신을 더욱 총애하게 되고 당시 금서(禁書)였던 홍루몽을 해금시켰다고 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