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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고 … 한은 경기 판단 문제 없나

중앙일보 2014.08.25 03:42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5%로 전망했다. “국민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심리는 거의 3% 수준”이라는 김중수 당시 한은 총재의 설명이 따라붙었다. 10개월이 지났다. 한은의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올 1~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1.4%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은이 내다본 2%대 물가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올 3차례 낮춰 … 작년에도 4번 수정
통화정책 신뢰성에 영향줄까 우려
선진국은 고용을 주요 잣대 삼아
한은 "정책효과 배제하고 전망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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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의 물가 전망이 계속 엇나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높게 잡았다가 낮추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망은 원래 틀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지만 중앙은행의 잘못된 경기 판단이 통화정책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올 들어 세 차례 물가 전망을 수정했다. 2.5%였던 전망치를 올 1월 2.3%로 낮췄고 4월 2.1%, 7월 또다시 1.9%로 낮췄다. 오는 10월 예정된 수정 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과 함께 물가 상승 전망치를 또 한번 낮출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물가를 두고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바 있다. 2012년 10월 한은은 2013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뎌지며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1%대를 오갔다. 덕분에 한은은 숨가쁘게 전망치를 수정해야 했다. 2.7%였던 전망치를 지난해 1월 2.5%로 하향 조정했고 4월 2.3%, 7월 1.7% 그리고 10월 1.2%까지 낮췄다. 그해 실제 물가 상승률은 1.3%였다. 한 해가 끝나기 2개월 전에야 한은은 물가 전망을 실제와 근접한 수준으로 해냈다.



 물론 이는 한은만의 실수가 아니다. 지난해 연말 국내외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은 성장률을 3% 안팎, 물가상승률을 2% 초중반으로 내다봤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나을 것”이라는 당시 분위기를 반영한 거였다. 하지만 다른 예측기관들보다 중앙은행의 경기 판단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에서 쉽게 넘길 일은 아니다.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느라 상승률을 높이 잡는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물가안정목표를 하회하는 물가 상승률을 한은이 전망치로 발표한다는 것은 장기 경제성장률 하락을 용인한다는 의미다. 물가 전망의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정책 효과를 완전히 배제하고 전망치를 내놓을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참에 물가만을 바라보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영할 때 최대 목표로 삼는 건 물가 안정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2.5~3.5%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안정시킨다는 목표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영해오고 있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냈던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에 얽매여 경기 전망과 통화정책을 유연하고 유효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 고물가·고성장에서 저물가·저성장으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다른 중앙은행들은 물가 외에 고용지표를 통화정책의 주요 잣대로 삼는 등 새 틀에 적응하느라 분주한데 한은만 과거에 묶여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미국 잭슨홀 미팅에 모인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고용시장 역동성에 대한 재평가’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올 1~7월 OECD 회원국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8%다. 한국의 물가는 그보다 0.4%포인트 아래다. 한은은 “유가와 국제 농산물값이 안정된 데다 농산물값을 올리는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도 드물어 국내 물가가 낮다”고 설명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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