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선 한국산 인정했지만 미국은 대북 제재로 불허
다른 지역은 품목 안 맞아 … 업체들, 한·중 FTA에 기대
현재 발효된 FTA 협정 중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고 있는 건 한·싱가포르 FTA 등 8개다. 이 중 한·미, 한·유럽연합(EU), 한·터키 FTA는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구성해 품목별로 한국산 허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EU의 반대 때문이다.
개성공단 관련 정부 당국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개성공단이 미국 등과의 FTA에서 규정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 다. 북한이나 업자들이 임금과 세금, 환경, 노무 등 국제적인 조건을 충족하면 역외가공위에서 한국산으로 인정받는 방안을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아세안, 한·인도, 한·페루, 한·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FTA는 협정문에 100~200개 정도의 품목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정문에 반영된 품목과 실제 개성공단 생산 제품이 서로 맞지 않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한·아세안 FTA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많지 않을 때 체결되는 바람에 현재 생산하는 품목이 협정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생산품의 70%를 차지하는 섬유나 봉제 제품은 미국이나 EU로 수출해야 하는데 미국이 인정을 안 해주다 보니 수출길이 막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0년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전체 생산액의 11.3%인 366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2.8%까지 떨어졌다.
입주업체들은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FTA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시장만 열려도 그나마 활로가 트일 거란 기대에서다. 두 나라는 지난해 9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한 바 있다. 협상을 주도하는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한·중 FTA에선 달라진 여건을 반영해 개성공단 문제를 이전 보다 진전된 형태로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