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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혜택 받으며 미국·EU 수출한 개성공단 제품 O

중앙일보 2014.08.25 02:3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달 1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위한 FTA(자유무역협정) 활용 설명회. 20여 개 참가기업 중 9개 업체가 관세사의 상담을 받았다. 한국이 체결한 FTA로 특혜관세를 적용받아 수출할 길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FT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협정선 한국산 인정했지만 미국은 대북 제재로 불허
다른 지역은 품목 안 맞아 … 업체들, 한·중 FTA에 기대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개성공단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성공단 제품이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아 외국으로 수출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성공단은 한국이 FTA를 체결할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기 위해 다른 분야의 양보를 감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 개발과 관련한 대북 제재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품목 선정 때문에 어렵사리 타결한 FTA 특혜관세 제도가 개성공단 업체의 수출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현재 발효된 FTA 협정 중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고 있는 건 한·싱가포르 FTA 등 8개다. 이 중 한·미, 한·유럽연합(EU), 한·터키 FTA는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구성해 품목별로 한국산 허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EU의 반대 때문이다.



 개성공단 관련 정부 당국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개성공단이 미국 등과의 FTA에서 규정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 다. 북한이나 업자들이 임금과 세금, 환경, 노무 등 국제적인 조건을 충족하면 역외가공위에서 한국산으로 인정받는 방안을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아세안, 한·인도, 한·페루, 한·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FTA는 협정문에 100~200개 정도의 품목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정문에 반영된 품목과 실제 개성공단 생산 제품이 서로 맞지 않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한·아세안 FTA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많지 않을 때 체결되는 바람에 현재 생산하는 품목이 협정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생산품의 70%를 차지하는 섬유나 봉제 제품은 미국이나 EU로 수출해야 하는데 미국이 인정을 안 해주다 보니 수출길이 막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0년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전체 생산액의 11.3%인 366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2.8%까지 떨어졌다.



 입주업체들은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FTA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시장만 열려도 그나마 활로가 트일 거란 기대에서다. 두 나라는 지난해 9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한 바 있다. 협상을 주도하는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한·중 FTA에선 달라진 여건을 반영해 개성공단 문제를 이전 보다 진전된 형태로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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